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비무장지대 철책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3 18:00

수정 2022.01.03 18:00

자료=뉴스1
자료=뉴스1
비무장지대(DMZ)의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2㎞ 아래에 남방한계선이 그어져 있는데 우리측 DMZ 안에는 지뢰지대와 GP(전방초소) 보호용 추진철책이 1차 저지선으로 설치돼 있다. 우리가 보통 철책이라고 부르는 남방한계선 철책은 GP와 GOP(일반전초) 사이에 있다.

DMZ 북쪽 지역도 대동소이하다. 북한은 MDL 북쪽 지역 최전방에 지뢰지대를 두고 1차로 전기철책을 친 뒤 2차 철책과의 사이에 우리의 전방초소에 해당하는 민경초소를 뒀다. 철책 뒤편에는 우리의 GOP에 해당하는 민경대대가 있다.
북한은 1, 2차 철책을 전진배치한 뒤 북방한계선상엔 철책을 따로 설치하지 않은 점이 우리와 다르다.

철책을 넘나드는 월북과 귀순 사건이 잦자 첨단 경계시스템이 도입됐다. 철책을 끊거나 일정 무게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경보가 울리고 CCTV가 자동으로 그 지점을 포착해 알려준다. 상황병이 모니터를 보며 철책선을 감시하는 방식이다.

2022년 새해 벽두에 동부전선 22사단 지역 최전방 철책에서 또 월북사건이 발생했다. 무인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됐다. 철조망 감지센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근무자들이 상황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경계 실패에 따른 대대적인 문책 및 후속조치가 예상된다.

근무자 한 명이 지켜봐야 할 화면이 10~20개 이상으로 너무 많다거나, CCTV의 동작감시 시스템이 민감해 동물 등이 포착되고, 심지어는 바람이 불어도 경보가 울리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인력 부족으로 24시간 세심하게 지켜보거나, 경보가 울릴 때마다 출동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해 못할 바 아니나 이번 기회에 아무리 좋은 과학시스템이라도 운영과 판단은 사람 몫임을 새겼으면 한다. 전방 경계의 주체는 장비가 아니라 군인이다.
장비 탓 말고 군기부터 다져야겠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