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이체 전문 플랫폼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주춤
금융권서 '빅테크 특혜' 지적 제기돼
계좌에 남은 고객 돈으로 사업자 이자수취 우려도
업권간 갈등에 디지털금융 정책 제동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수년 전부터 디지털금융 정책으로 추진했던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을 재검토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빅테크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뿐더러,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국회는 종합지급결제업 신설 내용이 담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 중이다.
종합지급결제업이란 하나의 라이선스를 통해 ▲대금결제업 ▲자금이체업 ▲결제대행업 등 모든 전자금융업 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비은행계좌를 통해 계좌·이체 업무를 중점적으로 한다.
종합지급결제업은 2020년 7월 금융당국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일환으로 추진됐다. 종합지급결제업자 지정을 통해 핀테크 기업의 유니콘 성장을 도모하고, 해외진출 활성화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Revolut)'는 환전 핀테크 기업에서 시작해, 선불업, 간편송금업으로 확장했다. 현재는 은행업까지 진출했다.
종합지급결제업을 시장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 개정안은 앞서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중심으로 '빅테크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금융노조는 종합지급결제업이 은행 업무에 해당한다며, 이에 상응하는 강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금융권은 빅테크가 종합지급결제업에 진출할 것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실제 종합지급결제업은 은행업과 크게 겹친다. 고객에게 비은행계좌를 부여해 결제·이체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예금·대출 업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은행과 다름없다. 다만 고객은 종합지급결제업 계좌에 돈을 넣어둔다고 하더라도 결제·이체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예금통장처럼 이자를 수취할 수 없다.
정치권은 은행권의 반발이 커지자 관련 법안 처리를 잠정 보류한 상태다. 빅테크·은행 간 업무 충돌이 발생하면, 금융권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점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금융권 반발이 있는 상황에서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며 "주요 법안에서 우선순위가 밀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는 점도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재검토하는 이유다. 결제·이체를 하고 남은 돈이 고객 계좌에 쌓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은행을 통해 이자수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계좌 명의는 고객 이름으로 돼 있지만, 이자수익은 사업자가 챙기는 '명의자·수익자간 불일치'가 생기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회 논의가 중단된 만큼, 종합지급결제업에 대한 정책 구조를 다시 한번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종합지급결제업 계좌는 결제·이체용이기 때문에 고객 돈이 계좌에 남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그런데도 고객이 찾지 않는 휴면계좌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사업자의 이자수익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계좌 기반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것인지, 이외에 개선사항은 없는지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