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이렇다. 정책적 인프라 투자가 경제회복에 도움을 주고 디지털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조업은 높은 성장세를 지속 중이며 소비자 수요도 방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역시 탄력을 받았다. 이를 통해 목표를 실현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 희망의 요지다.
적당히 근거도 제시한다. 대신 전체적인 통계는 내놓지 않으면서 유리한 수치만 가져다 쓴다. 실적 하락이나 부진한 분야는 감추고 상승률이 큰 누적치를 꺼낸다. 통계의 취사선택이다. 그러면서 '개선과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자화자찬 평가를 내놓고 있다. 언론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중국에선 충분히 통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 이처럼 생각하는지 여부는 별도로 봐야 한다. 중국 재정당국은 올해 1조위안 이상의 세금감면을 추진한다. 또 지방정부의 특별채권 1조4600억위안을 조기 책정해 사회간접자본(SOC)에 사용키로 했다. 인민은행은 여러 차례 풍부한 유동성 공급을 천명했다.
부동산 당국은 엄중한 정리를 예고하며 일절 타협이 없을 것처럼 보였던 규제를 슬그머니 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중국 경제가 3중 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안정 속 성장'을 기조로 제시했다. 올해 경제성장에 대한 청사진과는 달리, 모두 둔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전문기관도 비슷하다. 5% 후반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드물다. 골드만삭스는 4.8%, JP모간체이스는 4.7%, 노무라증권은 4.3%로 내다봤다. 일부에선 3%대 근접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는 심리다. 경제활동의 전 분야에서는 감정이 숨어 있다. 경기둔화 걱정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 소비는 줄어들 것이고 공급할 곳이 없어진 기업들은 생산을 축소한다.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은데 투자 증가만 기대하긴 힘들다. 이는 결국 경기하락으로 이어진다. 중국 정부부처와 전문가들이 '물 컵에 물이 절반이나 남았다'는 시그널을 지속해서 주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그러나 정확하고 과장되지 않은 정보는 경제에서 심리만큼 중요하다. 경제심리 회복은 거짓으로 선동하라는 뜻이 아니다. 왜곡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어긋난 경제활동과 정책을 양산해 낸다. 더욱이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결정이 예고돼 있다. 삶이 팍팍해진 중국 소비자들의 화살이 어디로 날아들지는 자명하지 않나.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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