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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벌판에 선 윤석열, 사즉생 각오 없인 필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5 18:10

수정 2022.01.05 18:10

김종인과 결별 홀로서기
엉성한 공약부터 손봐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존의 선대위를 해산하고 권영세 의원을 본부장으로 하는 새 선거대책본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존의 선대위를 해산하고 권영세 의원을 본부장으로 하는 새 선거대책본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5일 기존 선거대책위원회의 해산을 선언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사실상 결별을 공식화했다. 이준석 당대표와의 잇단 갈등을 비롯해 김 위원장이 이끄는 선대위 분란으로 지지층 이탈이 이어지자 이들을 배제하고 벼랑 끝 승부수를 띄운 격이다.

그간 윤 후보 캠프는 누가 봐도 콩가루 집안이었다. 당대표가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 행태를 손가락질하며 선대위를 박차고 나가 외곽에서 후보를 비난하는 일이 일상사가 되다시피 했다. 지난 3일 김 위원장이 후보와 사전조율 없이 선대위 쇄신안을 불쑥 내놓기까지 했다. 이런 자중지란 속에 후보 지지율은 속절없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윤 후보가 이번에 홀로서기를 선언한 배경일 것이다.

사실 윤 후보의 대권 잠재력을 맨 먼저 인정한 사람은 다름아닌 김 위원장이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식 불공정과 맞섰을 때 '별의 순간'을 입에 올리면서다. 그런 그가 이번엔 "후보가 비전이 없어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 말이 맞든 윤 후보가 그동안 김 위원장, 이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을 일구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듯싶다.

그렇다면 윤 후보의 리더십은 이제 진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차제에 '김종인 상왕' 논란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당 내홍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중도층과 2030세대 지지율의 추가 하락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탄력을 받는 등 대선판 자체가 요동칠 소지도 없지 않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선대위 개편으로만 부족하다. 당과 지지층을 결속하려면 문 정부의 실패를 넘어설 매력적인 비전을 내놔야 한다.

윤 후보 입장에서 다행인 건 아직은 정권연장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더 높은 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후보 스스로 사즉생의 각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자신의 슬로건에 맞춰 처가나 주변에 대해서도 읍참마속의 결연한 의지를 내보일 필요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도 어떤 현안이든 정면 토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가 대장동 의혹 등에 휘말려 있다고 해서 "같잖다"며 이를 피하는 건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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