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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동이사제는 대선 앞둔 정책 포퓰리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5 18:10

수정 2022.01.05 19:01

여야 말로는 "규제풀겠다"
실제론 노동계 구애 경쟁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새해 벽두부터 친노동 법안 처리가 임박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4일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법안은 조만간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 반대는 철저히 묵살됐다.
환경노동위원회도 소위에서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경영계는 망연자실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부작용 검토나 국민 합의 없이 법안 개정이 강행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노동이사제는 이미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심각하게 기울게 하고 오랜 숙원이던 공공기관 개혁을 저지할 것"이라며 "입법절차를 부디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재계는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을 거쳐 곧 민간부문으로 번질 것으로 본다.

국회의 과잉 규제입법 버릇이 연초부터 도졌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가 정치라는 주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노동이사제가 반드시 처리할 과제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까지 찬성 의사를 표하면서 법안은 급물살을 탔다. 당장 표가 급한 여야는 앞뒤 안 재고 친노동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의 대선 공약이다. 노사가 합심해 생산성과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된 우리 노사문화엔 어울리지 않는 제도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공기업의 경우 건강한 견제보다는 노사 야합을 통한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경영상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여당이 모델로 삼는 독일의 경우 노사문화 자체가 다른 데다 이사회 구조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독일은 노동자대표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와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경영이사회가 분리돼 있다.

노동이사제가 청년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민주당 이동학 최고위원(39)은 얼마전 선대위에서 노동이사제가 "청년고용의 문턱을 더 높이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을 하면서 패키지로 논의된 (부실한)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의 문을 더 좁아지게 했던 우리 당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노조 기득권을 대변하는 노동이사가 경영진을 압박해 정년을 65세, 70세로 높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층에 돌아간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 이사회는 경영의 꽃이다.
노동이사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경영 자율을 해칠 공산이 크다. 극한 경쟁에 노출된 기업으로선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다는 격이다.
재계 반대를 무릅쓴 강행 처리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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