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1호 처벌 피하자" 안전부서 늘린 기업… 책임범위 모호 ‘혼란’도 [중대재해법 보름 앞으로]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0 18:20

수정 2022.01.10 18:20

재계 이슈점검 2022 (3)
현대차·포스코 등 전문인력 충원
영세中企 법내용도 몰라 ‘무방비’
안전담당·경영책임 명확히 해야
"1호 처벌 피하자" 안전부서 늘린 기업… 책임범위 모호 ‘혼란’도 [중대재해법 보름 앞으로]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산업계도 '1호 대상만은 피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전 관련 조직을 신설하거나 사고 예방을 위해 전문인력 충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의 법률 규정이 모호해 자의적 해석에 따라 과잉 처벌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보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 관리조직 규모 키운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월 1일자로 본사에 대표이사 직속으로 안전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본사뿐만 아니라 연구소와 생산공장 등에도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관리 조직을 손질했다. 또 작년부턴 본사, 연구소, 울산 등 주요 생산공장에 안전관련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안전부문 조직체계를 확대 개편하고 철강부문장인 김학동 부회장 산하에 안전환경본부 조직을 두고 있다. 산하에 2개의 실단위 조직이 있는데, 이 중 안전보건기획실은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안전보건 체계 및 제도의 혁신을 전담 수행한다.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도 산업보건 관리조직을 신설했는데 작업자 위생관리, 질병 및 감염병 방지, 유해인자 차단 등 구성원 건강 보호·증진을 위해 보건기획실을 만들었다.

현대제철도 작년 8월 안전관리를 위해 사업부급 안전보건총괄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산하 조직인 안전보건경영담당은 안동일 사장이 직접 챙긴다. 동국제강은 작년 6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동반협력실을 신설하고, 전사안전총괄조직으로 안전환경기획팀을 꾸렸다. 이후 공채 등을 통해 안전환경 전문인력도 충원했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이 안전관리 인력 등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안전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이유는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칠 경우 사고를 막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CEO를 포함, 경영진도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머지 업종에 비해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철강·조선 업종 등의 CEO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신사업에 대한 비전 못지않게 안전문화 정착을 재차 강조했다.

■"대기업 보다 中企 피해 우려"

현장에선 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방보다 사후 처벌 위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고, 처벌 대상도 너무 넓게 해석될 소지가 있는 등 모호한 조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하위법령 및 해설서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재해 예방 및 법 준수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에서조차 미처 인지하지 못한 법 위반이 발생해 자칫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경영책임자 범위 등도 불분명하다. 법에서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공개한 해설서에서 "안전담당이사라는 명칭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안전담당이사가 있어도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기업에서 경영책임자를 따로 선임했을 때 대표이사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모호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을 확대하는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그나마 인력을 보강하며 대비하고 있지만 규정 자체가 모호해 법 적용이 실제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영세한 중소기업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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