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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대재해법 시행 코앞, CEO 처벌이 능사 아니다

시범케이스 걸릴까 벌벌
산재 예방에 초점 맞춰야
[fn사설] 중대재해법 시행 코앞, CEO 처벌이 능사 아니다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여차하면 최고경영자(CEO)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해 발생 비율이 높은 건설 현장엔 긴장감마저 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건설업계 등 고위험 산업계는 '시범 케이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법 시행 초기 무더기 처벌 사례가 나올 수 있고, 1호 처벌 대상으로 적발되면 최고경영자(CEO)가 과중처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이 가운데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 장관과 환경부 차관이 관련 공기업 사장과 공공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감전사고가 발생한) 한전 사장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828명으로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지만 국민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700명대 초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1년째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한전 등 공기업이 무재해 정착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마땅한데도 지난해 한전에서 발주한 공사의 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한전 하청업체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반복됐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한전 하청업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46명이었다.

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업장 1243곳 중 건설업체가 59%에 달했다. 또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중 사망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의 71%가 건설업체였다. 산재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고 발생 책임 주체를 누구로 볼지에 따라 공기업 사장이나 공공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지난 7일 서울 강북구 재활용품 선별시설을 방문, "환경미화원 등 작업자,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모두가 이달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사전 안전조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선진 근로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이 산업재해 후진국인 현실을 언제까지 놔둘 수는 없다.
기업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중대재해의 기준이 분명치 않아 법 시행 초기 혼란이 변수다. 특히 기업의 생존과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오너 혹은 CEO가 작업장 안전사고로 처벌을 받는 사례의 발생이 우려스럽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 예방이 목적이니만큼 경영자 처벌이 남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