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연장키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화 연장에 합의해 양국간 협상에 진전이 있음을 시사했다.
■ 8시간 마라톤 회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에서는 어떤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았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 각각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이날 약 8시간에 걸친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셔먼 부장관은 대신 협상에서 러시아와 서방간 군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 양측 평행선 달려
러시아는 자국이 제시한 레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하고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병력 10만여명을 배치해 놓고 있다.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가 요구한 나토 확장 중단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러시아는 옛 소련 출신 동·중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해 있거나, 가입하더라도 이들 국가에 나토군이 주둔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셔먼 부장관은 협상에서 러시아가 외교와 긴장 고조 간 양자택일을 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를 압박했다.
미국은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러시아가 회담을 결렬시키고, 우크라 침공에 나설 경우 북한 수준에 버금가는 강력한 경제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셔먼은 "러시아가 외교적 경로에서 벗어나면 이는 러시아가 외교적 해법을 결코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없음을 뜻하는 명백한 신호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곧바로 맞받아쳤다.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는 나토 확장 중단에 관한 "(서방의) 추가 진행 상황으로 (서방측의 의지를) 판단하겠다"면서 "앞으로 수일 간에 걸쳐 나오게 될 회의 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 이번주 후반 재협상
러시아는 10일 미국과 회의에 이어 12일에는 나토와 벨기에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만나고, 13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5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단과도 협의한다.
러시아는 10일 회의를 시작하면서 서방이 나토 확대에 관한 러시아의 우려를 계속 무시하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비록 이날 회의에서 성과는 없었지만 추가 협상에는 합의해 우크라 긴장 완화에 관한 합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셔먼 부장관은 OSCE와 러시아간 협상이 끝나고 나면 이후 러시아 정부와 추가 대화에 나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셔먼은 이날 미국과 러시아간 "진지하고, 직설적이었으며,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한편 랴브코프 차관은 긴장 완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군사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있다는 보도는 부인하고 국경지대에 군을 배치한 것은 그저 훈련의 일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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