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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붕괴 '예견된 인재' 증언 속속 등장…원인규명 속도(종합)

뉴스1

입력 2022.01.12 18:06

수정 2022.01.12 18:06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2022.1.12/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2022.1.12/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작업자 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광주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는 광주 지역 내 모든 건축 공사 관련해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2022.1.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작업자 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광주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는 광주 지역 내 모든 건축 공사 관련해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2022.1.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46분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외벽이 붕괴돼 인부 6명이 연락이 두절됐다. 2022.1.12/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46분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외벽이 붕괴돼 인부 6명이 연락이 두절됐다. 2022.1.12/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를 둘러싸고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증언이 속속 등장하면서 원인 규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외벽 사고의 원인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한 포털사이트에는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 아이파크 공사와 관련해 '붕괴 전조 증상이 있었다'는 다수의 글이 올라 왔다.

사고 발생 인근 상가에서 근무한다는 한 글쓴이는 "상가 앞쪽 전체가 2년 전부터 지반침하로 갈라지고 지하주차장은 물이 샌 지 벌써 1년이 넘었다"며 "날마다 비산먼지 소음이 발생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 달 전에는 비 오듯 돌이 떨어졌다. 녹화된 동영상도 있다"면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안타까운 생명만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공사장 인근 주민은 "아파트 공사 시작 후 건축자재가 자주 떨어지고 먼지도 많이 날릴뿐 아니라 각종 대형 공사차량들로 교통정체도 빈번했다"며 "시공사와 지자체는 여러 민원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과 현장관계자들도 공사 과정에서의 부실이 있었다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정확한 사고원인은 자세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콘크리트 양생 과정이 부실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현장을 찾은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겨울철 영하의 온도에서 공사를 진행했을 경우 콘크리트 강도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이 상황에 무리한 공사로 붕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붕괴 영상을 보면 콘크리트 양생 과정의 문제로 보인다"고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양생작업은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충격을 받거나 얼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을 말한다.

사고 현장 관계자인 A씨도 "11월 입주일정을 맞추기 위해 기본적인 공정을 지키지 않고 속도를 낸 것이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크게 추워진 상황에서 온도 변화에 따른 콘크리트 타설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인근 주민들도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 성격이 짙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은 불과 7개월전 광주에서 발생한 학동재개발 붕괴 참사와 유사한 사건이고, 시공사 역시 같은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9일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친 학동 4구역의 시공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학동 참사 다음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공식 사과했지만, 막상 재판에 넘겨져서는 관계자들이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은 이날 사고 현장에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아이파크 붕괴사고 원인도 인재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정부당국의 사고원인 조사나 사법당국의 초점은 이 부분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광주경찰은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와 관련해 현장소장을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목격과 진술 등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날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201동 23~38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공사 현장 지상에 있던 1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고, 1층 컨테이너에 있던 2명은 소방에 구조됐다.
3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6명은 연락이 두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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