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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포커스]'쿠바사태' 언급한 러 속내는…서로 양보해 '최악' 피하자

[딥포커스]'쿠바사태' 언급한 러 속내는…서로 양보해 '최악' 피하자
러시아 핵추진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니크 상상도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지난 1962년 세계를 핵전쟁 위기로 몰고 갔던 '쿠바사태'가 2022년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로 냉전 시대 이후 최악이된 미국과 러시아가 다시금 충돌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동진(東進) 정책에 가뜩이나 민감한 러시아는 완충지대 격으로 봤던 우크라이나 마저 나토에 가입하려하자 이를 막기 위해 러·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며 연일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자국 안전을 보장하라며 미국과 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연쇄 회담에 나섰지만 별다는 성과물을 손에 쥐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 러시아의 협상을 담당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13일 러시아어 국제 TV 방송 RTVi와의 인터뷰에서 "서방국가들과의 회담이 결렬되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우리는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파견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돌연 쿠바에 군사 인프라를 파견하겠다는 주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에 서로 양보해 사태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가지 말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1962년 핵전 위협 고조된 쿠바 사태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로 불리는 쿠바 사태는 지난 1962년 10월22일부터 11월2일까지 약 2주일간 벌어진 미·러의 신경전을 말한다.

쿠바 사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러 관계가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흐루쇼프 소련 정권은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군사 전력상 미국 등 동맹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던 소련은 미국 플로리다 반도 끝에서 불과 23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쿠바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했다.

사실상 미 본토를 자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내에 놓으려고한 것이다. 실제 후르쇼프 당시 소련 정권과 카스트로 쿠바 정권은 미사일 기지 건설에 합의하고 군사 인프라 등을 쿠바에 운송하기 시작했다.

1962년 9월 미국 언론은 소련 선박이 쿠바로 무기를 호송 중이라고 보도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무기들이 공격용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를 국제연합 안전보장 이사회에 붙이는 등 대응에 나섰다.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공격 등은 피하고 해상봉쇄를 결정하는 등 소련과 협장을 여지를 남겼지만 소련이 핵 미사일 기자의 철거와 파괴에 응하지 않으면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 속 소련은 10월26일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을 것으로 약속하면 미사일을 철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10월27일에는 쿠바의 소련 미사일기지와 터키의 미국 미사일기지의 상호철수를 제안했다. 결국 미국은 10월 26일의 제안을 수락할 것을 결정하면서 쿠바 사태는 겨우 마무리 됐다.

◇러, 쿠바사태 언급한 이유는…서로 양보해 최악의 상황은 피하려는 포석

러시아가 미국 등과 연쇄 회담에서도 성과를 얻지 못한 가운데 쿠바 사태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나토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양자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끝내자고 제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랴브코프 차관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고 이것이 실현될지 여부는 미국의 행동에 달려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도발과 군사 압박 강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군사 기술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군사적 방법이 아닌) 여전히 대화를 원한다"며 "미국이 긴장 완화를 위한 신호를 보낸다면 우리는 기꺼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 앞서 러시아는 미국 등에 나토의 동진을 금지하는 한편, 옛 소련 출신 동유럽 국가를 2등 나토 회원국으로 분류해 러시아를 겨냥한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 등 법적 안전 보장을 요구한 바 있다.

◇美, 러시아 요구에 응답할까…일단 기존 입장 고수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을 '엄포'라고 평가하는 등 당장 실제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SCMP)에 따르면 미 고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엄포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러시아의 실제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3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엄청난 양의 허풍이 끊임없이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측으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러시아의 입장이) 어디에 있는 조금 불분명하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는 대화와 외교 혹은 대결이라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대화와 외교의 길이) 최선의 길이며 우크라이나 상황을 처리하는 가장 책임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며 "러시아가 대결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엄청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