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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6 14:37

수정 2022.01.16 14:47

러·서방 협상 실패..
지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친러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DNR) 소속 무장대원들이 우크라이나 정규군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친러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DNR) 소속 무장대원들이 우크라이나 정규군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한 미국 동맹국들과 러시아간의 협상이 결렬됐다. 미국은 러시아가 한달 내 우크라이나 침공이 큰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시 우려되는 유럽발 천연가스 대란에 대한 대비책 찾기도 분주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우려가 크다.
나토 회원국들이 대거 가입한 EU에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럽연합(EU)은 현재 천연가스 사용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EU발 천연가스 대란 위기를 막기 위해 아모스 호흐슈타인 백악관 에너지 안보 보좌관이 글로벌 천연가스 생산업체나 카타르 같은 에너지 생산국과 접촉을 추진중이다. 미 국무부도 이런 움직임을 인정했다.

다만 미국이 접촉한 에너지 기업이 어떤 곳인지 불분명하다. 로열더치셸·코노코필립스·엑손은 답변을 거부했고, 카타르 에너지, 에퀴노르, 토탈 등도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호흐슈타인 보좌관은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닥친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천연가스를 사실상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인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위한 서방측과 러시아간 협상이 별다른 돌파구 없이 끝나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잇따라 러시아와 회담을 가졌으나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외교가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사이버 활동 추세를 볼 때 앞으로 30일내에 지상공격을 할 징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상황은 긴박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러시아가 배후로 있는 소셜미디어들이 거짓 정보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중순에서 다음달 중순 사이에 예상되는 침공전의 행동으로 보고 있다고 사키 대변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동부에서 러시아인을 상대로 즉각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선동적 주장 등이 러시아의 작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공공기관 홈페이지에는 한때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최악에 대비하라는 내용이 나돌았다가 수시간만에 삭제됐다.

사키 대변인은 또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위장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것은 침공을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게릴라전을 치를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민병대에 대한 무장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 고위 정부 관리가 밝혔다.

AP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두 물러서는 모습을 국내외에 보이려 하지 않고 있어 양보 가능성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과 러시아 고위 관리들이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한데 이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와,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러시아와 해결책을 논의했으나 성과없이 끝났다.

미국 협상 대표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제네바 회담을 마친 후 “러시아 측은 여덟시간동안 회담한 것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마이클 카펜터 OSCE 주재 미국 대사는 빈 회담을 마친 후 “전쟁의 북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사태가 악화가 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빈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앞으로 다시 더 만나 같은 문제를 갖고 논의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유럽의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가 협상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해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함을 시사했다.

지난주 협상에 참가했던 서방 관리들은 “블리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움직임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앞으로의 예측 전망이 어려움을 말해줬다.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 약 10만명을 배치하면서 실전 훈련까지 진행하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해왔다.

옛 소련 영토였던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말 것과 현재 나토 소속인 동유럽의 옛 공산권 국가에 배치된 나토군 규모를 1997년 이전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대안으로 군축과 미사일 재배치, 외교채널 재설정을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거부했다.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NYT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겉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을 수 없다고 하지만 당장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과거 독일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가입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있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또 무엇보다도 나토가 아직 공식으로 우크라이나에 가입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전현직 정부 관리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 문제를 핑계삼아 침략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상원외교위원장 시절이던 1990년대초에는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의 나토 가입을 재촉했지만 지난 20여년동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나토 확장에 냉담해졌다는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 방문 당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 질문을 받자 “말도 안된다”라고 답했다.

또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 나토 가입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NYT는 나토 가입 조건 자격인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 법치 보장에 있어서 우크라이나가 미흡하며 부패도 심한 점도 지적했다. 또 일부 서방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집단적 방위에 과연 기여할 수 있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밖에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와 경제성장 촉진 등도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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