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현대제철이 국내 철강사 가운데 선도적으로 자원 재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커피박 찌꺼기, 반도체 폐기물에 이어 굴껍질과 소똥까지 재활용하며 친환경 제철소로 거듭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9년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자원 재활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현대제철은 환경부, 인천시, 중구/미추홀구 등 10개 기관과 MOU를 체결하고 커피박 공공 수거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했다.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는 자원으로서 유용한 가치가 있음에도 수거 시스템의 부재로 폐기되는 커피박을 활용해 환경/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현대제철의 대표 사회공헌 활동이다.
커피박은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를 말한다. 전체 중량의 0.2%만이 음료에 사용되고 나머지 99.8%는 커피찌꺼기로 버려지게 된다. 대부분 매립지로 옮겨져 땅에 묻히거나 소각처리된다. 이를 건조·가공해 반제품으로 만들면 연필, 화분, 머그잔, 인테리어용 파벽돌 등 일상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운동장이나 놀이터에 쓰이는 탄성트랙보드까지 활용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총 181곳의 카페가 참여해 월 15톤(t)의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등 환경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반도체 폐기물도 제철소 공정에 재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슬러지(침전물)를 제철 과정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제철소의 제강 공정에서는 쇳물 속 불순물(황, 인)을 더욱 쉽게 제거하기 위해 형석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도체 폐수슬러지에 포함된 주성분이 형석과 유사한 성분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연구 결과다.
형석은 전량 해외(남미, 중국 등) 수입에 의존 하고 있는 광물이다. 현대제철에서는 연간 약 2만t의 형석을 수입해 사용하는데, 폐수슬러지 재활용품으로 대체하고 향후 점차 사용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같은달 포스코와는 패각 성분이 ‘소결공정’에서 사용되는 석회석의 성분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전남 여수 패각 가공 전문업체인 여수바이오와 함께 석회석을 패각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했다.
소결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적합한 소결광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이다. 석회석은 소결광의 형태를 구성하고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패각은 전국적으로 연간 30만~35만t 정도 발생되나 그동안 활용처 제한으로 어촌 지역에 방치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경남 및 전남 어촌에 패각 폐기물 92만t이 수년째 방치돼 있다. 이는 폐수와 분진, 냄새 등을 유발하여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제철공정에서 패각을 재활용하게 됨으로써 지역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석회석 대체재 활용을 통한 자원 절약과 경제성 확보도 가능해져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분(牛糞; 소의 배설물)으로 고로(高爐) 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기술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1t의 우분 고체연료를 활용하면 4t의 축산 폐기물이 재활용되면서 1.5t(CO₂)의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환경적 효과와 더불어 수입원료 대체 등의 부수적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우분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2200만t 정도가 발생하지만 대부분이 퇴비로 활용되며 연간 200만t(CO₂) 이상의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왔다.
현대제철은 농식품부·농협중앙회와의 협업을 통해 올해부터 우분 고체연료를 대탕도(쇳물배출용 통로) 내화물 건조용 열원(熱源)으로 사용하고, 조업 테스트를 거쳐 향후 고로 연료로 투입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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