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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베낀 싱가포르 게임사 20억弗 벌었는데…정부는 뒷짐 [해외 불법복제에 흔들리는 게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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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가레나社 저작권 침해"
크래프톤 美 법인, 법원에 제소
앱 유통 구글·애플에도 책임물어
분쟁땐 외교부-문체부 공조하는
게임법 개정안 있지만 무용지물
실적영향 넘어 생태계 교란 방치
'배그'베낀 싱가포르 게임사 20억弗 벌었는데…정부는 뒷짐 [해외 불법복제에 흔들리는 게임산업]
한국의 대표 게임들에 대한 해외 '카피캣(모방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보호조치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의 한국 게임 노골적 베끼기가 문제가 된 것은 오래전 일로 최근에는 배틀로열 장르 선구자로 꼽히는 크래프톤이 'PUBG: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를 놓고 싱가포르 게임사와 지식재산권(IP) 침해 문제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국가 대표 IP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 배그 베낀 게임사 고소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미국법인은 싱가포르 게임사 가레나가 배틀그라운드 IP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가레나의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앱)을 유통한 앱마켓사 구글과 애플도 분쟁에 포함됐다.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의 대표 킬러 콘텐츠다. 크래프톤이 PUBG IP를 계승한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뉴스테이트)'를 글로벌 출시하는 등 배틀그라운드 중심의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을 정도로 해당 IP가 크래프톤 비즈니스모델(BM)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가레나의 IP 침해가 크래프톤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실적부진 우려와 IP 침해가 겹치면서 지난해 11월 장중 58만원까지 상승했던 크래프톤 주가는 지난 14일 34만3500원까지 하락했다.

가레나는 배틀그라운드 모방 게임 '프리 파이어'와 '프리 파이어 맥스'를 싱가포르에서 제작, 미국에 출시했다. 크래프톤은 프리 파이어 시리즈가 배틀그라운드 게임플레이의 여러 요소를 따라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또한 애플은 지난해 12월 프리 파이어가 배틀그라운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을 전달받고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지 않았다. 구글플레이에서도 'Free Fire'를 검색하면 'Garena Free Fire-뉴에이지'라는 제목의 게임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배그'베낀 싱가포르 게임사 20억弗 벌었는데…정부는 뒷짐 [해외 불법복제에 흔들리는 게임산업]
크래프톤 'PUBG: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레나 '프리 파이어'. 가레나 홈페이지 갈무리.

■"흔들리는 국대 IP, 정부가 나서야"

해외 게임사의 국내 IP '베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위메이드의 '미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웹젠의 '뮤' 등 국내 대표 IP를 중국에서 노골적으로 따라하면서 분쟁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 크래프톤은 앞서 넷이즈(NetEase), 에픽게임즈와도 비슷한 분쟁을 겪은 바 있다. IP 문제는 국내 게임사 수익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가레나가 프리 파이어 운영을 통해 지난 2020년 20억달러(2조3800억원) 이상을 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중 1억달러(1190억원)는 미국 출시를 통해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복제품 출시를 통해 IP 생태계 교란과 더불어 저작권 소유자의 수익도 흡수하는 형태로, 수익구조를 통째로 흔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가 국내 기업에 대한 저작권 침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 가맹국으로 가입된 베른협약(문화·예술적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협약)에 따라 분쟁 발생국 기준을 따라야 하고 게임사 요청으로 이뤄지는 정부의 인프라·분쟁 비용 지원, 국제조사 등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 2016년 국내 기업 IP가 해외에서 분쟁 소지가 생겼을 때 외교부·문체부 장관이 협의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지금까지 장관 간 협의 건은 전무하다.

국회 관계자는 "이런 저작권 침해 문제가 생겼을 때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공조해서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지만 그런 의지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의문"이라며 "해당 부처 간 태스크포스 구성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