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수소동맹' 탄소중립 향해 뛰는데… 국회가 발목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7 18:00

수정 2022.01.17 19:21

V KOREA 다시 뛰자, REFRESH (4) 자원선순환(REUSE)
수소법 개정안 네 차례 지연에
정부·기업 '수소경제 전환' 중단
매년 수십조원 투자 예고됐으나
여야 다툼에 미래 먹거리 놓칠 판
기업 '수소동맹' 탄소중립 향해 뛰는데… 국회가 발목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법안인 수소법 개정안이 수차례 시도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글로벌 탈탄소 에너지 대전환에 동참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산업계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수소동맹'까지 결성하고, 매년 수십조원의 투자를 계획했으나 정치권의 이권 다툼으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수소차 보급 확대 및 협력 차질

17일 재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초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수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추진하는 '탄소중립' 계획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수소차 산업을 주도하는 현대차에 직접적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전국 131기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를 오는 2025년까지 450기까지 늘리고, 수소차 보급도 현재의 3배 이상 늘릴 계획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소법 개정안 통과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소 인프라 부족에 따라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8000여대에 불과했다.
수소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현대차는 신형 수소차를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빨리 수소법이 통과돼 현대차와 협업할 수소기업들이 100개 이상 나와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는 구조"라면서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개정안 통과만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다른 기업들도 수소투자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SK·포스코·한화·효성 등 5개 그룹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경제 전 분야에 43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웠으나 차질이 우려된다.

지난해 15개 그룹은 국내 수소경제 전환과 글로벌 수소산업 진출을 위한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주축이 돼 이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정부의 청사진을 믿고 수소산업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입법·정책적 지원이 늦어져 이산화탄소 포집·제거와 수소 연료전지 개발, 수소상용차 개발 등 관련 투자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첨예한 대립 속 4차례 무산

수소법 개정안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청정수소 중심 수소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청정수소 정의 및 인증제도,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 부여로 청정수소 시장 조기 구축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연료전지 업계에서 주목하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등도 이 개정안이 통과돼야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수소법 개정안은 여야가 돌아가며 네 차례나 어깃장을 놓으면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청정수소 범위를 넓게 인정해선 안된다며 법안심사소위 통과를 막았고, 새해 첫 소위인 지난 5일에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제동을 걸었다. 여당은 탈원전을 개정안의 골자로 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이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속타는 쪽은 결국 기업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 3월 대선일정 등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 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탄소중립 정책에 2025년까지 94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붓겠다던 정부도 수소법 개정안 불발에 따라 민간의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전반적인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산업부문 탄소중립 연구개발(R&D)에 1조9274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형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제·금융 지원을 위해 탄소저감 효과와 실수요가 높은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대·중견기업은 20~30%, 중소기업은 30~40% R&D 비용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