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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사상 첫 연매출 1조 돌파…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뉴스1

입력 2022.01.18 07:57

수정 2022.01.18 08:20

DB부하이텍 부천공장 생산라인© News1
DB부하이텍 부천공장 생산라인© News1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 News1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 News1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 News1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 News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DB그룹 계열의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DB하이텍'이 지난해 창사 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그룹 내 '알짜'로 자리 잡고 있다.

DB하이텍은 금융 중심인 DB그룹에서 몇 안 되는 제조업 회사이다. 한때는 만년 적자에 허덕이며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지만, 꾸준한 투자를 이어온 끝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그룹 내에서 '백조' 대접을 받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2021년 연결기준 연간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1조1823억원, 영업이익 3692억원 수준이다. 2020년에 비해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5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실적으로, 특히 매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DB하이텍은 지난 3분기까지 매출 8468억원, 영업이익은 2610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연간 실적을 넘어선 바 있다.


DB하이텍은 현 김남호 회장의 부친이자 창업주인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애착을 갖고 키워 온 기업이다. 김 전 회장은 "미래 첨단산업인 IT산업을 발전시켜 일본, 중국과 경쟁해 나가야 한다"며 일찌감치 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1983년 당시 동부그룹은 미국 몬산토와 합작해 국내 최초로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하면서 반도체사업에 뛰어들었으며, 1992년 반도체 소재인 '고순도다결정 실리콘'을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하는 성과도 거둔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하고 IBM과 제휴해 256메가 D램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하지만,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공장건설을 중단한다는 등 사업 초기부터 큰 위기를 겪는다.

이후 DB는 2001년 반도체 사업 방향을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 영역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방향을 바꾸고,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DB그룹은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를 합병해 2006년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7년에는 동부일렉트로닉스와 동부한농을 합병한 동부하이텍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기술장벽이 높은 데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은 반도체 사업 특성상 적자가 거듭됐고, 김 전 회장은 이를 메우기 위해 2009년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동부하이텍은 자금난에 봉착한 동부그룹이 2013년 2조7000억원의 규모의 자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처음 M&A(인수합병) 매물로 나왔고, 중국 SMIC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만해도 적자에 한때 부채가 2조3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실했던 터라 결국 주인을 찾지 못한다.

하이텍이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은 2014년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매출 4937억원, 영업적자 96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하이텍은 꾸준한 투자가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서 이듬해 매출 5677억원, 영업이익 45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파운드리 사업으로 전환한 지 13년 만, 동부전자 설립 17년 만이다.

2015년 매출 6665억원, 영업이익 1249억원으로 호실적을 이어간 하이텍은 2016년 매출 7731억원, 영업이익 1724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성장을 거듭한다. 이에 당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2016년 하이텍 매각 철회를 결정해 DB그룹은 DB하이텍을 남겨둘 수 있게 됐다.

이후 2017년 동부그룹이 사명을 DB로 변경하면서 동부하이텍도 DB하이텍이 됐고, 2014년 716%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그해 118%까지 낮아졌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미디어텍, 실리콘웍스, 실리콘마이터스 등의 고객사로부터 전력반도체(PMIC), 카메라이미지센서(CIS), 센서 등을 주문받아 생산한다.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등 신규 수요 확대 영향으로 8인치 파운드리 호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DB하이텍의 향후 실적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특히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 및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RF, 특화 센서 등 고부가가치 신규 제품을 지속해서 확대해 성장 속도를 더욱 가속할 계획이다.

DB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 부천, 충북 음성에 있는 2개 공장 모두 풀가동 되고 있으며, 지난해 월 14만장까지 캐파를 확대한 데 이어 올해에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DB그룹은 1969년 창업 이후 철강·소재·농업·물류·금융을 중심으로 2000년에는 10대 그룹으로 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극심한 자금난으로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보험·증권·여신금융·반도체· IT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문 포함 자산규모는 72조원이며, 매출액은 23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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