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22대선지식창고] 대통령의 처음: 취임 후 첫 걸음

조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3 09:00

수정 2022.01.23 09:00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대통령의 찬란한 ‘첫 날’은 어땠을까
대통령 임기 첫 날 모습을 통해 돌아본 한국 근현대사
대통령 취임 당일의 모습을 통해 돌아본, 김대중·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시작. ⓒ파이낸셜뉴스
대통령 취임 당일의 모습을 통해 돌아본, 김대중·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시작.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시작이 반이다’라는 관용 표현도 있을 만큼, 시작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일정을 나서는 순간은 온 국민을 넘어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수장이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임기 동안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죠. 이번 기사에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제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취임 후 첫 일정에 대해 알아봅니다.

그의 걸음 걸음마다 평화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의 첫 날

김대중평화센터가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故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모습.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뉴스1, 2019년 6월
김대중평화센터가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故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모습.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뉴스1, 2019년 6월

김대중 제15대 대통령은 1998년 2월 25일부터 대통령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는 헌정 역사상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정서적 유대와 물질적 도움을 강조하는 ‘햇빛 정책’을 펼쳤죠. 경제 살리기를 비롯한 벤처기업 지원, 정보 교육 등에 힘써 우리나라를 정보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1997년 발생한 IMF 사태로 국가의 경제가 악화되었기 때문인데요. 김대중은 취임사에서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위로하고, 동시에 국난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당의 화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죠.

“올 한 해 동안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어날 것입니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입니다. (중략) 오늘의 난국은 다수당인 야당의 협력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습니다. 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금년 1년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십시오.” 김대중은 비장한 마음을 담아 국민들 앞에서 호소했습니다.

취임식을 마친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아키히토 일왕으로부터 취임 축하 서신을 받으며 외교 관련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리고 당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요 인사 및 외교 사절을 초청해 취임식 만찬을 열었는데요.

이날 취임식에는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이 등장해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1997년 무주 리조트 투자 건으로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국민회의 총재를 맡고 있던 김대중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 있는데요. 김대중 총재가 자신이 당선될 경우 한반도를 위한 노래를 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마이클잭슨 역시 판문점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자선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해 서로의 평화에 대한 뜻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취임식에 참여한 마이클 잭슨은 이후 1999년 서울에서 '마이클 잭슨과 그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해 김대중과의 끈끈한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외교’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 제가 한 번 잡아보죠

-제17대 대통령 이명박의 첫 날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2월 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후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fnDB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2월 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후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fnDB

경제 살리기와 국가 경쟁력을 강조했던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그는 200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한민국 747 프로젝트(연평균 성장률 7% 및 총 소득 4만 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는데요.

취임 첫 날 그의 첫 일정은 남극세종기지와 합동참모본부에 전화를 연결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것이었습니다. 취임식을 마친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외교를 위한 만남을 줄줄이 이어갔습니다.

청와대에 방문한 첫 번째 손님은 후쿠다 야소 당시 일본 총리였습니다. 대통령과 총리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도모하고자 셔틀외교 복원과 한일 FTA 교섭 재개 등 양국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죠. 이후 탕자쉬엔 당시 중국 국무위원을 만나 북핵 문제, 양국 교류와 협력 확대 등을 의논했습니다. 탕자쉬엔은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를 전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어판 자서전 '경영 미래'를 선물하고 서명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은 탕자쉬엔과의 만남 뒤 오후 5시 경 주프코프 당시 러시아 총리와 접견하고, 사할린 유전과 극동시베리아 개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후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경축사절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FTA의 미 의회 인준 문제와 한미 공조를 기반으로 한 대북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취임 첫날 무려 4개 국가의 대표들과 만난 이명박 대통령.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겠다는 각오를 보여준 하루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 분이신데!’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의 첫 날

201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전용차에 올라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fnDB
201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전용차에 올라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fnDB

박근혜는 제9대 대통령 박정희의 맏딸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대통령입니다. 그는 청와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국정을 배웠는데요. 199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제16, 17, 18,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51.55%라는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의 취임 첫날 일정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대통령 자녀 출신 대통령’, ’최초의 미혼 대통령’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그는 오전에 취임식을 마친 뒤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특별한 행사에 참석했는데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의 복 주머니’ 행사였습니다.

행사장에는 국민의 소망이 담긴 복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단 나무가 있었습니다. 한복을 입고 등장한 그는 복 주머니 속 메시지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며 국민과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사를 뒤로 하고 청와대로 들어간 박근혜는 오후 내내 외교 활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잉락 친나왓 당시 태국 총리, 류옌둥 당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등 여성 지도자들의 만남을 필두로, 다양한 외교 사절과 접견하며 여성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수도 인수인계도 없이 시작한 ‘중고 신입’을 아십니까

-제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첫 날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이 2017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전용 차량에 올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fnDB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이 2017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전용 차량에 올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fnDB

올해 3월 임기를 마치게 될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의 사퇴로 1년 앞당겨 이루어진 2017년 5월 제19대 대선에서 당선되었습니다. 후보 시절 국민에게 혼란했던 대한민국을 바로잡고, 부국강병을 도모할 것을 약속했는데요. 그의 취임 첫 날은 역대 대통령과 조금 달랐습니다.

문재인은 대통령 선거 하루 뒤인 5월 10일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박근혜의 파면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이 없어졌기 때문이죠.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일정은 오전 8시 9분 합참의장으로부터 군통수권 이양 보고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청와대가 아닌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국립 현충원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묘를 찾아가 참배를 하고, 오후에는 국회로 이동해 약식으로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쳤습니다. 취임 선서는 취임사와 동시에 이루어졌고, 취임사 역시 간소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청와대에 도착한 문재인은 군과 정보기관으로부터 안보관련 상황을 보고받았습니다. ‘고용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강조했던 그답게 제1호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 하달했습니다.


일정을 마친 문재인은 청와대가 아닌 홍은동 자택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갑작스럽게 나오게 되면서 관저 내 시설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그는 취임 사흘 후에야 청와대 관저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시작’을 견뎌라

-유래 없는 바이러스의 창궐 그 이후, 새롭게 등장할 대통령은?

새롭게 취임할 제20대 대통령은 임기 첫 날에 어떤 일을 할까요? 전세계를 고난에 빠뜨린 ‘코로나19 바이러스’, 그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와 사회적 혼란을 바로 잡는 일일까요? 하지만 바이러스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문제가 산재해 있죠. 대통령의 지혜와 통솔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지금, 새 대통령의 첫걸음을 모든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cyj7110@fnnews.com 조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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