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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소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강남시선] 소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죄송' '사퇴' '분식회계' '재발 방지' 등. 큰 희망을 안고 대망의 2022년이 출발한 지 20여일 만에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단어들이다.

연초부터 안타까운 일들이 잇따라 터졌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카카오 최고경영자(CEO) 지분 매각,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 분식회계 우려 등. 한 가지 사건만 발생해도 충격을 받는 상황에서 대형 사고들이 잇따른 것이다.

사건이 터지자 관련 기업들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투자자에 대한 사과의 말과 함께 피의자로부터 자금회수에 나섰고, 카카오그룹은 '전 계열사 임원 주식 매도 규정안'을 발표했다. 카카오페이 지분을 매각해 공분을 산 CEO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당연한 결과이고 예상됐던 수순이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자들의 피해는 끝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공포에 몰려 있고, 카카오그룹 주식 투자자들은 떨어지는 주가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다들 사정이 있겠지만 결혼자금을 투자했다는, 전세자금을 넣었다는 투자자들의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수천명에 달하는 현대산업개발 광주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당장 다시 살 곳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회사 측은 죄송하다, 사퇴하겠다고 사과하고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현실적 피해는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보고 있는 것이다.

투자 책임은 투자자들이 져야 한다. 그러나 개인들이 기업의 실적과 미래를 전망할 수 있지만 내부 사정까지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는 기업이 책임을 지고 신뢰를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이 불고 있다. ESG가 아니면 기업의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보면 ESG를 말로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기업들을 둘러싼 상황은 좋지 않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고, 국민연금은 대표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기업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최근 사건들을 보면 기업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릴 때 한글을 배우면 바로 배우는 속담 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것이 있다. 보통 일이 터진 후에 부랴부랴 상황수습에 나서는 상황을 비아냥거릴 때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이라도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최근 흘러가는 상황을 볼 때 외양간을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고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대로 방비하고 제대로 고쳐야 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