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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번엔 건설안전특별법, 법만 만들면 다 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0 18:10

수정 2022.01.20 18:10

광주사고 엄히 문책하되
건설업계 비명도 들어야
국회 계류중인 건설안전특별법안이 여당 주도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이 18일 긴급 건설안전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 계류중인 건설안전특별법안이 여당 주도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이 18일 긴급 건설안전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 계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안 입법에 속도가 붙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원내 대책회의에서 "공사에 참여한 모든 주체에게 안전 책임을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다음달 임시국회에 이 법안을 최우선으로 두고 처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논의는 지난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법안은 지난해 9월 여당이 발의했다. 하지만 건설사에 지나친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입법이 중단됐다. 그 법안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최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 강구 차원이라 할 수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유난히 산재사고가 많은 건설 현장을 타깃으로 한다. 말 그대로 특별법이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이 건설업에서 발생한다. 이 업종에 철저한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특별법엔 기존 재해 관련 법률과 겹치는 조항이 수두룩하다. 건설공사에 대한 안전관리의무, 안전관리계획 등에 대한 규정이 여러 법에 겹쳐 있다. 이중, 삼중 규제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존 법이 정한 처벌 수위도 갈수록 높아졌다. 2년 전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사망 때 책임자를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발생 시 기업 경영책임자, 대표이사까지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이들은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건설안전특별법안은 발주자부터 시공자, 하청업자, 감리자까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년 이하 영업정지나 연매출액 3% 이하 과징금을 물린다는 내용도 있다. 중소건설사에 매출액 3% 이하 과징금을 매기면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현장은 혼돈 상태다. 시범케이스 1호 처벌을 면하려고 작업을 중단하는 기업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건설업계는 "현장에서 확인할 법만 180개"라고 호소한다. 또 다른 법으로 기업을 위축시키기보다 현행법을 정착시키는 게 낫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잇단 광주 사고는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서도 가능하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형식주의적인 입법만능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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