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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北 열병식 준비 포착 '북한의 열병식 정치' 재개 의미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1 18:20

수정 2022.01.21 23:29

 내달 김정일 생일 등에 맞춰 열병식 준비 포착...북 '작전능력 현시 효과' 노릴 듯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이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됐다.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이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됐다.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파이낸셜뉴스] 지난 20일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장비와 병력의 분주한 이동 상황 등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아직 ‘준비 초기 단계’로 임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병식은 북한에서 명절로 간주하는 다음 달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 이른바 ‘광명성절’ 또는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이른바 ‘태양절’에 맞춰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열병식은 정규군이 아닌 각 지방의 노농적위군, 각 사업소 및 단위별 종대 및 경찰이 참석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열병식은 정규군이 아닌 각 지방의 노농적위군, 각 사업소 및 단위별 종대 및 경찰이 참석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북한 '열병식 정치' 일회성 도발보다 '국제적 주목, 대외 레버리지 효과' 높아
열병식은 대외적으로는 군사력을 과시하고 국내적으로는 국민결집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공산주의 국가뿐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열린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공산주의 국가의 열병식에 대한 집착은 민주주의 국가보다 강하고 특히 북한 김정은의 열병식 의존은 더 도드라진다"며 "김정은은 국내·외적 난제를 타개하고 정권안보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열병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열병식 정치’로 규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현재의 무기와 미래의 무기까지 모두 공개해 상대방에게 ‘위협투사’의 효과를 강도 높게 유발하고 협상력을 증대 시켜 대외 레버리지를 높이는 결과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이것은 ‘강압의 집약’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2020~2021년 열병식의 횟수가 증가한 것을 보면 확연히 북한엔 '열병식 정치'는 전략적 효과에서 유용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올해 4번의 미사일 도발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어냈으나 강도가 크지 않다면 일회성이거나 단기적 차원의 효과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열병식은 국제적 주목의 효과가 크다'는 해석이다.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북 열병식 수단 변화.. '북한판 이스칸데르, 에이태킴스, ICBM, SLBM이 등 총동원' 작전능력 현시 효과 노릴 듯
문제는 북한이 열병식 정치를 통해 기획했던 효과를 거두려면 ‘수단’의 변화 없이는 안 된다. 즉 어떠한 ‘서프라이즈(surprise)’ 무기가 등장할 것인지에 따라 열병식 정치의 성공 여부가 좌우될 것이기에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내놓을 무기를 예측해 본다.

이에 대해 반 센터장은 "먼저 비대칭적 재래식 무기가 기본구성품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킴스, 신형 지대공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시험발사를 통해 그 성능이 입증된 전력을 총집결시킬 수 있다"면서 "핵무력 완성 선포를 넘어 핵무기 실전배치 능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대표적으로 '핵탄두 탑재 맞춤형 탄도미사일'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반 센터장은 "ICBM, SLBM이 등장할 뿐 아니라 2021년 1월 9일 조선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이 천명한 ‘전술핵무기’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ICBM의 경우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이미 세계적으로도 역대급 ICBM인 화성-16형을 공개한 바 있기에 개량형의 등장과 SLBM의 경우 북극성-5형 이상이 등장할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전사나 특수전 병력 등 정규전 이외의 병력도 등장 시켜 다양한 작전능력을 현시하려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 센터장은 북한의 열병식을 앞둔 한국의 선택지, 대응책에 대해서 "북한의 행태와 상관없이 ‘종전선언’ 등 기존의 저자세 평화담론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과 약화된 대북 억제력 회복을 위해 군사대비태세를 재점검하며 국제사회와 강력한 안보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며 "국방은 정치와 무관하게 대북억지력을 갖추고 유지하는 존재가치를 회복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 혁명 전시관에서 개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개막식이 끝난 뒤 전람회장을 돌아보는 김정은 총비서.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 혁명 전시관에서 개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개막식이 끝난 뒤 전람회장을 돌아보는 김정은 총비서.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미 전문가 북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재개 여부는 '가능성'이 아닌 '시기'의 문제...
한편,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열린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정치국 회의 내용을 전했다.

신문은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하게 검토할 것"이 '해당 부문'에 하달됐다며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시험유예)' 결정을 철회하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가능성을 비쳤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장기적인 대결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20일 VOA(미국의소리 방송)는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기조에 불만을 표출하며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북한이 시기를 저울질하며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의 켄 고스 한국담당 국장은 "북한이 그동안 스스로 유지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가 효과가 없다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에 이른 것"이라며 "다음 달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3월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을 고려하며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한국담당 국장도 "북한은 자신들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발표를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북한 측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지나 한국 대선 이후와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사이를 ‘적기’로 생각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수미 테리 국장은 ICBM 시험 등으로 인한 대가가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라토리엄 중단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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