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4차접종 필요" 속도내는 각국… "백신만 낭비" 커지는 회의론 [글로벌 리포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3 17:40

수정 2022.01.23 19:49

전세계 ‘추가 접종’ 논란
이스라엘 필두로 6개국 4차 돌입
고령층·고위험군 예방 효능 강조
학계선 "면역 이상 몸이 못버텨"
빈곤국 접종률 높여 변이 막아야
"4차접종 필요" 속도내는 각국… "백신만 낭비" 커지는 회의론 [글로벌 리포트]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위해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에 이어 4차 접종까지 검토하면서 부스터샷을 주기적으로 맞아야 한다는 불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방역 당국은 4차 접종이 효과가 있고 면역력이 떨어진 시민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학계에서는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백신 낭비라는 반론이 나왔다. 이들은 코로나19 변이 자체를 줄여야 한다며 반복 접종보다 기본 접종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6개국 4차 접종 진행

이스라엘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4차 접종을 시작했으며 이달 칠레도 4차 접종을 시작했다. 그리스와 덴마크, 헝가리, 캐나다의 온타리오주도 이달 4차 접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을 주로 접종하고 2회 접종하는 기본 접종을 마친 뒤 3개월 뒤에 3차 접종, 이후 4개월 뒤에 4차 접종을 제시했다.


미국은 일단 면역 취약자에게 4차 접종을 권장한다고만 밝혔다. 이스라엘은 60세 이상 국민 전체, 칠레는 전 국민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일단 면역 취약계층에게, 헝가라는 원하는 사람에게만 접종하기로 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4차 접종 이후 1주일 만에 접종자의 항체가 5배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발표에서 "올해 가을부터 4차 접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접종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의료기관인 세바 메디컬센터의 에얄 레셈 교수는 12일 인터뷰에서 3회 접종만으로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병원 연구진은 17일 발표에서 접종자 조사 결과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에는 4차 접종의 효과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기술자문가 그룹은 11일 발표에서 "기존 백신을 반복 접종하는 전략은 지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보건부의 나흐만 아쉬 최고행정책임자는 18일 인터뷰에서 4차 접종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백신 접종을 통해 생기는 중증 감염 예방 효능, 특히 고령층과 고위험군 인구에게 주어지는 예방 효능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을 계속 맞으라"고 권고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는 22일 인터뷰에서 "부스터샷을 여러 번 맞는 것 보다 1년에 한번 접종하는 백신이 낫다"고 강조했다.

■같은 백신 계속 맞기 어려워

11일 유럽의약품청(EMA)의 마르코 카발레리 백신 전략 책임자는 "부스터샷을 자주 접종하면 인간의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2가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몸이 버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감지되면 B세포와 T세포를 활성화하며 B세포가 항체를 만드는 동안 T세포는 항체 생성을 촉진하고 직접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백신은 인간이 조작한 바이러스를 체내에 집어넣어 몸이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싸우도록 자극한다.

이에 대해 미 하버드 T.H.챈 공중보건대학원의 사라 포천 박사는 도이체벨레(DW)를 통해 백신 반복 접종으로 T세포가 탈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T세포는 비슷한 맥락의 바이러스를 반복적으로 접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HIV바이러스 치료에서 비슷한 상황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비록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이러한 탈진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걱정은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문제는 백신 자체의 한계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 보도에서 현재 접종중인 백신들이 2019년 말에 발생한 변이 이전 바이러스를 목표로 제작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등 다양한 변이로 바뀌고 있으며 오미크론 변이만 해도 유전자 돌연변이가 50개가 넘는다. NYT는 신종 변이들이 기존 바이러스와 크게 달라졌고 지금 쓰이는 백신들이 신종 변이에 무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하버드 대학의 에이미 셔먼 백신학 박사는 백신 무력화에 대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많다"며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새 백신 개발·변이 차단해야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을 예로 들며 주기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는 것 보다 몸이 바이러스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점에 가끔씩 백신을 접종하면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오미크론 변이같은 최신 변이에 걸맞은 최신 백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화이자는 오는 3월, 모더나는 올해 가을 무렵에 오미크론 전용 백신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 11일 발표에서 3차 접종을 계속 진행하면서 새로 개발되는 오미크론 백신을 4차 접종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렸다.

백신에 대한 접근 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폴 오피트 백신교육센터장은 "우리는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쓰는 상황에서 면역력을 갖춘 인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선의 방법은 백신을 충분히 갖지 못한 국가에 선진국 수준의 면역력을 제공하는 것이며 (선진국에서) 백신을 3~5회씩 접종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스콧 헨슬리 면역학 박사는 전 세계 수준에서 신규 환자가 줄어든다면 바이러스가 변이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진국에서 부스터샷을 계속 반복해봤자 백신 부족으로 기본 접종을 못해 무더기 환자가 발생하는 빈곤국에서 다시금 새 변이가 출연하면 그동안 노고가 수포로 돌아간다는 논리다.

해당 주장은 현재 WHO가 선진국의 부스터샷 시행을 반대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계를 휩쓸었던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는 각각 인도와 보츠나와에서 발생했다.
인도와 보츠나와에서 기본 2회 백신 접종을 마친 비율은 18일 기준 각각 47%, 43%에 불과하다. 같은날 에티오피아에서 기본 접종을 마친 비율은 1.35%에 그쳤다.
WHO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기본 접종을 완료한 인구 비율은 67%에 달하지만 빈곤국의 비율은 8% 수준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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