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입안에 스며든다'…역류성식도염 국산 신약은 '진화 중'

뉴스1

입력 2022.01.25 07:05

수정 2022.01.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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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P-CAB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신약이 정제(알약) 형태에서 입에서 녹는 '구강붕해정', 혈관에 투입하는 '정맥주사' 형태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약들과 제형 차별화를 통해 치료 범위와 사용 환경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P-CAB 계열 신약을 처음 선보인 HK이노엔은 올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테고프라잔)'의 구강붕해 제형을 새로 선보인다. 지난해 말 동일 기전의 '펙수클루정(펙수프라잔)' 허가를 획득한 대웅제약은 주사제형으로 틈새를 노린다.

P-CAB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 기전의 신약으로 기존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의 부작용을 보완한 신약이다.

PPI 계열 약물보다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효과가 오래 지속돼 한밤 중 위산 분비로 인한 속쓰림 증상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같은 P-CAB 계열 신약의 장점을 바탕으로 처방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케이캡으로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연간 원외처방실적은 약 1096억원으로 2020년 761억원 대비 43.9% 증가했다.

올해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제형 변경 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올 상반기 중 입에서 녹여먹을 수 있는 구강붕해정을 새로 출시할 예정으로 알약을 스스로 삼키기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복용 편의성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자나 수술 등으로 인해 연하곤란증을 갖고 있는 환자는 위식도역류질환이나 위궤양, 헬리코박터 감염 등 병을 앓고 있어도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기 어렵다. 환자 스스로 알약을 삼키지 않고 뱉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입에서 약물이 녹아 스며드는 구강붕해정이 개발되면 해당 환자들의 약물 복용이 편리해질 수 있다. 특히 케이캡은 기존 하루 2알을 복용해야 하는 PPI 제제와 달리 하루 1알 복용으로 충분한 효과를 갖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를 유지하는데도 장점을 갖는다.

P-CAB 계열 신약의 후발주자로 나선 대웅제약도 이러한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환자 스스로 먹어야 하는 알약 대신 정맥주사 제형 제품을 별도 개발해 의식이 없거나 근육 사용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해 11월 펙수프라잔의 정맥투여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이 임상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펙수프라잔의 정맥투여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다.

주사 제형 개발이 완료되면 알약 중심의 외래환자 처방뿐 아니라 의료기관 내 입원한 중환자를 대상으로 펙수프라잔을 사용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기존 약물로 투여가 어려웠던 틈새 치료 환경에서 시장 입지를 선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허가만 받으면 신약 개발이 완료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지만, 최근에는 영업과 마케팅 이외에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추세"라면서 "의학적 수요에 맞춰 제품을 내놓아야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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