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해고 대상자가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해고 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B학교법인과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기간제교원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법인이 경영하는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2018년 8월 B법인은 A씨에게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 및 발언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학생 중 42명이 A씨의 신체접촉이나 발언으로 불쾌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서울지노위는 2018년 11월 'A씨가 학생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접촉하거나 외모와 관련한 언어표현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근로계약 해지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A씨는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재심도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기회를 보장받지 못했고, 해고통지에 구체적 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며 절차상 하자를 주장했다.
1심은 "원고의 징계사유인 '원고가 학생들을 꼬집은 행위 및 손목을 잡은 행위, 학생들에게 살이 쪘다, 아줌마, 할머니 같다 등과 비슷한 단어를 사용한 발언'은 언행을 한 날짜, 장소, 행위의 대상이 된 학생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며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막연한 반박 외에는 의견 진술이나 소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해고의 징계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해고는 위법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2심도 "통지서에 해고사유가 축약 기재되어 있을뿐 구체적 비위행위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원고가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해고는 해고사유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해고 대상자가 이미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복수의 행위가 존재하고 해고 대상자가 그와 같은 행위 자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서면통지 과정에서 개개의 행위를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학교법인과 면담한 과정과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에 비춰보면, 원고의 해고사유는 학생들이 문제제기한 신체접촉과 외모에 대한 발언으로 특정됐다고 보인다"며 "해고 통지서상에 원고의 해고사유를 이루는 개개의 행위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원고가 해고에 대해 충분히 대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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