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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누워 침뱉기' 하는 이통사 5G 주파수 전쟁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5 16:49

수정 2022.01.25 16:56

[파이낸셜뉴스] 소위 '요즘 핫플'이라는 동네의 음식점들이 신기할 때가 있다. 명동이나 강남역 같은 번화한 곳도 아니고 주차 공간이 쾌적하지도 않다. 지하철 역에서 가깝지도 않아 찾아가기 어렵다. 한 끼에 한 두 테이블만 예약을 받는가 하면, 아예 전화예약은 안 받고 손님을 밖에 세워두기도 한다. 그런데도 손님들은 줄서서 기다렸다 식사하고 나온 것을 SNS에 자랑한다. 가게는 목이 좋아야 성공한다던 말은 시효가 지난 듯 싶기도하다.
그야말로 자기만의 본원적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게 요즘 경쟁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주파수 전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좀 신기하다. 5세대(5G) 이동통신용 추가 주파수 20MHz 폭 경매를 놓고 전쟁에 가까운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5G의 서비스 경쟁력이라는게 있는가 의심하게도 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0년 전, 당시 이동통신 시장 1위 SK텔레콤이 2위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는 사안을 놓고 이동통신 시장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시 싸움의 소재가 주파수였다. 경쟁회사들은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 이동통신의 최고 목 좋은 800MHz를 독점하게 돼, 경쟁회사들은 시장을 늘릴 수 없다"며 정부에 두 회사의 합병을 인가하면 안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당시 통신 산업 취재 기자였던 나는 당시 SK텔레콤의 1등 요인은 주파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선인터넷이라는 개념도 없던 당시 SK텔레콤은 국내 처음으로 '엔.탑(n.Top)'이라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번호마케팅이라는 개념도 모르던 시절에 011이라는 번호를 브랜드로 만들어 명품으로 마케팅 했다. 목 좋은 주파수는 그냥 거들 뿐이었다. 당시 시장 1등의 진짜 경쟁력은 그 회사의 서비스였다. 가입자가 조금 비싼 요금을 내더라도 011을 쓰고 싶게 만들었었다.

20년이나 지난 지금, 여전히 이동통신 회사의 경쟁력은 주파수가 전부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누워 침 뱉기' 아닌가 싶다. 1, 2등 이동통신 회사가 정부를 향해 "3등 회사에 동일한 주파수 폭을 나눠주면 다른 회사들이 일정기간 동안 근본적인 품질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미 3년 전에 100MHz 폭의 주파수를 받았던 1, 2 등 회사들이 정부 통신품질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주파수 폭이 넓기 때문이고, 주파수 폭이 동일해지면 경쟁력 차이도 없어진다고 인정하는 것 처럼 들려 낯이 뜨겁다.

세계 최고 이동통신 인프라라고 자랑했던 한국의 이동통신은 결국 주파수 여유 때문이라고 깎아 내리는 것 처럼 들려 갸우뚱하기도 한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주파수 전쟁으로 누워 침 뱉기 하지 말았으면 한다. 고객들이 발품 팔아 찾아가는 서비스는 목 좋은 곳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과 질좋은 서비스다.
이동통신 장비나 투자기술이 부족했던 20년 전 논리로 주파수 전쟁을 하면서 부족한 5G서비스를 면피하기에는 소비자들에게 면목이 없지 않을까 싶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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