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잔소리 한다고, 돈 달라고… 존속범죄에 무너지는 가족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6 17:53

수정 2022.01.26 17:53

패륜·빈곤·가정폭력·치매 등 원인
작년 살인 663건 존속살해 51건
사례 분석 통한 사회 안전망 필요
잔소리 한다고, 돈 달라고… 존속범죄에 무너지는 가족
배우자나 직계가족 등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존속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존속 범죄는 가정 내부에서 일어나는 만큼 '암수율'이 높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존속 범죄가 발생하는 사례를 분석해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발생한 존속살해 51건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집계된 살인사건 총 663건 중 존속살해는 51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살인사건의 약 7.7%가 직계가족 등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셈이다. 최근 5년간 존속살해 건수는 △2017년 47건 △2018년 69건 △2019년 65건 △2020년 59건으로 총 291건에 달한다.


존속 폭행 및 상해 건수는 이보다 많다. 존속폭행과 상해는 각각 △2017년 1322건·424건 △2018년 1568건·384건 △2019년 1615건·402건 △2020년 1787건·388건 발생했다. 이외에 존속협박도 △2017년 195건 △2018년 210건 △2019년 275건 2020년 275건 일어났다. 지난해 건수는 현재까지 집계되지 않았다.

존속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가족이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입건되지 않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건 건수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찰은 피해자의 의사를 중시해 격리조치, 교화, 피해회복 위주로 접근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천륜을 저버린 패륜 범죄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대 형제가 함께 살던 친할머니를 흉기로 수십 여차례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며 꾸짖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9월 전남에서는 자신에게 직업이 없다고 잔소리했다는 이유로 80대와 70대인 부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40대가 기소되기도 했다.

■얕아진 가족 유대감

전문가들은 가족 간 얕아진 유대감이 존속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기불황과 부양부담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존속 범죄에 대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가정해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다 보니 가정 내 범죄가 늘고, 고소·고발로 해결하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며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부양 부담,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화 등 사회적인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는다면 존속범죄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존속 범죄라고 해서 무조건 폐륜적 범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적 빈곤과 가정 폭력, 치매 등 불우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유심히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질병이 원인이 되는 간병살인 등은 정부가 지원만 잘한다면 막을 수 있는 사례"라며 "이외에도 보건소에서 분기별로 고령자의 건강상태와 폭행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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