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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대재해법 본격 시행, 공포에 떠는 재계

"차라리 사업 접는게 낫다"
마구잡이 처벌은 피해야
[fn사설] 중대재해법 본격 시행, 공포에 떠는 재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중대재해수사지원추진단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재계를 공포에 빠뜨린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된다. 현장 근로자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로 입법이 추진돼 1년 전 국회를 통과한 법이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사망,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 잇단 산업재해가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10위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지 않게 산재사고가 많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재사망자가 828명이다. 그 전도 비슷하다. 2020년엔 882명, 2019년 855명이었다. 하루 두세 명씩 산업재해로 희생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법의 취지는 공감이 간다. 최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참사 역시 우리 사회 산업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문제는 법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다. 법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한 명이라도 사망하거나 두 명 이상 중상을 입으면 기업 오너와 대표이사가 감옥에 갈 수 있다. 하청업체에서 사망자가 나와도 사업을 발주한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 경영자는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법인도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처벌수위가 가장 센, 말 그대로 공포의 법이다.

정작 이 같은 역대급 처벌 수위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할 의무조항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지금 산업 현장이 대혼란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장에선 지켜야 하는 의무조치가 정확히 무엇인지, 안전 준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처벌기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 기업의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청, 하청의 책임구분도 모호하다. 1년을 유예한 끝에 시행하는 법인데 정부는 대체 무슨 준비를 했던 것인가 싶다.

중소건설업체는 도산 공포까지 휩싸여 있다. 오너가 주로 대표로 있는 중소건설사의 경우 사고 발생 시 경영공백으로 회사 운영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선 2024년부터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연립주택 한 동만 지어도 규모가 5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영세업체가 아닌 이상 건설사는 대부분 법 적용대상이다. 국내 등록된 7만7000여개 건설사 중 재해 발생 시 처벌 사정권인 업체가 7만개 이상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혼란스러운 현장의 실상을 말해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완벽히 준수할 수 있다고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지금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업계에선 "사업하다 구속되느니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1호 처벌을 피하려 설 연휴 공사를 중단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법은 있으나 지킬 수 없는 수준이라면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소용없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실질적인 예방을 위해 미비한 법조항을 지금이라도 보완하는 것이 맞다. 사업주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땐 면책하는 규정을 입법에 반영하는 것을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