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 30여 년 전 13대 대선에서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민주정의당 노태우·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런 가운데 당시 평화민주당 경남 마산 지구당 위원장이었던 설훈 의원은 마산 가포동 제1투표구 결과를 보고 놀라 당사자를 수소문했다. 마산 가포동 제1투표구에서 김대중 후보의 득표수는 전체 430표 중 단 2표. 2표의 당사자는 마산에 정착한 호남 출신 부부였다.
선거마다 영·호남 진영 대결은 반복됐다. 영남은 '보수', 호남은 '진보' 세력으로 불렸고 그 공식은 오랜 기간 유효했다.
현재까지 유일한 '호남 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의 호남 득표율을 보면, 광주 97.3%, 전남 94.6%, 전북 92.3%가 김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득표율이다. 지역주의에 기반한 지지 성향은 1980년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더 뚜렷하게 확인됐다.
하지만 영남 출신 진보 진영 대통령이 연이어 탄생하는 등 선거 판세가 진영이 아닌 현안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경계가 다소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치러진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구·경북(TK)에서 50%대를 밑도는 득표율에 그쳤는데, 탄핵 정국에 의한 보수 분열 여파가 있었지만, 여러모로 보수 정당사에서 충격적인 기록으로 회자한다.
역대급 진영 대결이라 불리는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지역별 기호는 분명하나, 과거 대비 '쏠림'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여권에 늘 압도적 지지를 보였던 호남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60%대 안팎에 그친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경우, 호남에서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여론조사 성적표를 받으며 선방하는 모습이다. 그간 호남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보수정당 후보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10.5%)였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선 안동 출신인 이 후보가 20%대의 지지율로 역대 민주당 계열 후보 대비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역대 대선 가운데 민주당 계열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TK에서 30%대 득표를, 윤 후보는 호남에서 보수 정당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20%대 득표를 목표로 세우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지역주의가 완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 양측 후보의 비교적 높은 비호감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호남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그만큼 인심을 얻지 못했고, 또 호남의 대표적 정치인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후보의 결합이 다소 늦은 영향도 있다"며 "영남의 경우 또한 경남 쪽 민주당 의석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과거 새누리당 시절만큼의 압도적 지지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