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한국은 흔히 '소형차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한때 '국민차'로 불리던 경차는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체 크기가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 현상 등으로 크기가 작은 경차는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경차 판매량도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경차(모닝·레이·스파크·캐스퍼) 판매량은 9만5267대로 전년(9만6232대)보다도 못했다.
모델별로 보면 레이가 3만5956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모닝이 3만530대로 뒤를 이었다. 스파크는 1만7975대, 지난해 10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캐스퍼는 1만806대가 판매됐다.
작은 크기의 실용성은 물론 가성비를 갖춘 경차는 과거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국민차'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중형 이상 차종 판매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최근 차박과 캠핑 등 열풍으로 차체가 큰 SUV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경차 판매량은 7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10만대의 벽을 넘지 못한 경차 시장이지만 최근 '캐스퍼' 효과로 조금씩 반전 조짐이 일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서 탄생한 캐스퍼는 현대차가 19년만에 내놓은 경차로 사전계약 첫날 현대차의 역대 내연기관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계약대수(1만8940대)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마저 캐스퍼 사전계약 '광클'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캐스퍼는 더 '귀한 몸'이 됐다.
판매 첫 달인 9월 208대로 출발한 캐스퍼의 판매량은 10월 2506대로 크게 늘었고 11월 3965대, 12월 4127대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단 4개월만에 1만806대가 팔리며 전체 경차 판매량의 10%를 넘었다.
캐스퍼 출시는 국내 경차 시장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캐스퍼가 본격 판매를 시작한 9월을 기점으로 레이와 모닝 등 다른 경차 모델의 판매량도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814대에 그쳤던 레이 판매량은 캐스퍼가 출시된 9월 3030대로 전월 대비 67% 뛰었다. 10월 3399대, 11월 3028대, 12월 2842대 등 4분기에도 평균 3000대가량 판매됐다.
모닝도 8월 1782대에서 9월 1937대로 늘었다. 11월 1941대에 이어 12월에는 2321대로 2000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경차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캐스퍼가 경차 시장 활성화에 분명 역할을 하고 있지만 캐스퍼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전체 경차 모델 종류가 자체가 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차를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늘어야 한다"며 "정부 정책 자체가 큰 차를 사는 것을 권하는 분위기에서 현재로선 가격이 크게 저렴하지도 않으면서 혜택도 적은 경차를 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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