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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14일 후 지구가 멸망한다면"…영화 '돈 룩 업' 감상기

뉴스1

입력 2022.01.31 11:00

수정 2022.01.31 11:00

돈룩업 스틸/넷플릭스 /뉴스1
돈룩업 스틸/넷플릭스 /뉴스1


돈룩업 스틸/넷플릭스 / 뉴스1
돈룩업 스틸/넷플릭스 /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는 훌륭한 SF영화인 '인터스텔라'의 유명한 홍보문구다. 이 문구가 과학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인류에 대한 상찬이라면,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돈 룩 업은 지구를 멸망시킬 혜성을 발견한 과학자들이 겪는 우여곡절과 사회의 '웃픈' 반응을 그린 '블랙코미디 재난 영화'다.

과학기술의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지난하고 복잡하지만, 그 결과를 사회가 공유하는 일은 더 만만하지 않은 점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응이 필요한 코로나19나 기후변화 같은 현재의 위기를 비추어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다만, 15세 관람가이지만, 일부 장면은 가족과 단란하게 보기에는 불편할 수 있다.

아래 이어지는 내용은 주로 영화에 나타난 과학기술의 현실에 대해 다뤘지만, 감상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내용도 일부 담고 있다.

◇과학이 너무 어려워져서, 대중 소통도 어려워졌다

많은 영화에서 과학·기술자는 마치 마법사처럼 상상했던, 혹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사건의 원리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한다.

현실의 과학·기술자도 자연 현상의 원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다. 현대 과학기술은 고도로 전문화되어 과학기술에 소양이 없는 사람은, 심지어는 같은 전공이 아니라면 과학·기술자들끼리도 서로가 하는 일이 뭔지 쉽게 파악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영화는 과학기술에 대해 사회적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는 과학기술자가 불편한 이야기를 듣기 편하고 쉽게 해주기를, 근거보다는 결과만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게다가, 위기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정치 리더는 정파적 이익을 우선 고려하거나, 이해할 능력이나 의도가 없거나, 시간이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현대의 마법사·예언자가 되어버린 과학·기술자들?

복잡해진 과학기술은 "알기 어렵지만,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어떤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분명 현대 과학기술은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그 근거를 검증할 능력이나 자원이 없는 사람에게는 고대 사회의 종교지도자가 말하는 뭔가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이러한 '믿음'의 영역에서 과학을 대하게 된 현실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실존은 근거가 아니라 믿음과 믿지 않음으로 입장이 갈리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어떤 과학자는 '과학적 연구 결과와 근거'가 아니라 '과학자'라는 권위 자체를 내세워 멸망을 대하는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역할을 한다.

또 혜성이 다가오는 현실은 과학으로 분석됐지만,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입장은 정치와 믿음, 이해관계로 만들어진다는 점이 영화에서 유쾌하지만 씁쓸하게 그려진다.

특히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세상이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장면이 강조된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 이르면, 이러한 소통 불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재난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가 드러난다.

◇과학·기술자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

매체 속의 과학·기술자들은 순진하거나 괴팍한 '우리편'이나 사악한 두뇌를 가진 '상대편'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돈 룩 업'에서는 그들도 불완전하고, 실수하고, 충동적일 때가 있는 사람으로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다만, 좋은 과학·기술자와 나쁜 과학·기술자의 모습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현대 과학기술의 지식은 과학자 개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자 집단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검증하면서 만들어진다.


주인공은 자신들의 발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검증을 받는다. 반대로 유명 기술 기업의 CEO와 그를 돕는 과학·기술자들은 검증을 받지 않고,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 지점을 여러번 의 대사로 반복해서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