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규제심사 받게 된 '근골격계질환 산재 추정'…제동 걸리나

뉴시스

입력 2022.02.02 08:01

수정 2022.02.02 08:01

기사내용 요약
산재 추정 원칙 고시 개정안 규제심사 전 토론회
경영계·전문가 '별표2' 두고 지적…"과도한 특혜" 우려
고용부가 노사 이견 조율없이 일방적 강행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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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산업재해 승인율이 높은 근골격계질환을 산재로 추정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노동부의 고시 개정안이 규제심사 대상이 되면서 도입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고용부가 애초 고시했던 원안을 두고 경영계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내용이 바뀔지 관심이 모인다.

2일 고용부와 노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고용부는 근골격계질병 고시 개정 관련 노사정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규제심사에 앞서 논의를 진행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12월20일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일반 행정예고 기간(20일) 대비 현저히 짧은 7일에 불과해 경영계의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이후 경영계의 요구에 따라 행정예고 기간을 4주로 연장한 데 이어, 경영계가 국무조정실과 고용부에 자체 규제심사를 건의하면서 이를 수용하게 된 상황이다.


해당 고시 개정안은 근골격계질환과 관련해 일부에 대해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추정의 원칙은 작업수준과 기간, 적용 상병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인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반증이 없는 한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현재 이 같은 내용은 고용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내부 지침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조선, 자동차, 타이어 등 특정 업종에 직종별로 1~10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목, 어깨, 허리, 팔꿈치, 손목, 무릎 등 6개 신체 부위에 근골격계질환이 생길 경우 산재로 추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근골격계질환의 산재 승인율이 지난해 6월 기준 71%로 높아진 점 등을 반영해 산재 처리 기간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근로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지침을 고시로 법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정부세종청사 내 고용노동부 전경. 2020.07.27.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부세종청사 내 고용노동부 전경. 2020.07.27.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photo@newsis.com


지침 형태로 운영되는 현재로선 구속력이 낮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례가 1년에 300건 미만에 불과하고, 이는 전체 근골격계질환 산재신청 건수인 1만건 대비 3%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용부가 고시 개정의 근거로 제시하는 부분이다. 노동계도 산재 승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근로자 생계 등 불이익이 크다는 점에서 고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개정안은 크게 근골격계 질병이 발생했을 때 직종, 근무기간 등을 충족할 경우 산재로 추정하는 내용, 업무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보이는 주요 상병에 동반되는 같은 부위 상병에 대해서도 산재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업무 관련성에 대한 부분의 경우 고용부가 지침을 고시로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별표2로 신설했는데 이를 두고 경영계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로부터도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별표2는 경추간판탈출증(목), 회전근개 파열(어깨), 내상과염(팔꿈치) 등 공단 지침으로 적용하는 상병 외 후종인대골화증(목), 관절염(어깨, 팔꿈치), 무혈성 괴사(손목) 등을 추가로 명시해 추정의 원칙 적용 범위를 대폭 넓혔다.

가령 근로자가 팔꿈치 '내상과염'과 '관절염'을 산재로 신청하면 현재는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못하고 현장방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새 고시가 적용될 경우 '관절염'까지 추정의 원칙 적용이 가능해 조사를 생략하게 된다.

해당 조항이 신설될 경우 경영계는 불합리한 산재 승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신속한 산재처리에 급급한 나머지 근거도 없이 동일부위 상병이란 이유로 추정의 원칙 적용을 강행한다는 주장이다. 경영계는 무분별한 조사 생략과 산재 승인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 역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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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린 회의에 참석한 한 병원 측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별표2의 상병 중 업무 관련성이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승인에 제한이 있는 상병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별표2의 상병이 주상병으로 심의에 들어갈 경우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해달라는 등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특정 업직종에 대해 과도한 특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갈리면서 해당 고시 개정안의 규제심사 과정이 까다로워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적인 규제심사의 경우 사전에 노사정 협의를 거쳐 타협안을 만들지만, 이번 개정안을 두고는 충분한 조율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경영계는 고용부가 원안대로 규제심사를 진행한다면 개정 철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첨예한 사안을 고용부가 졸속으로 처리하려다 되레 절차가 꼬이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추정의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 TF회의를 제안했음에도 고용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계와의 협의만을 토대로 고시 개정안을 추진한 것"이라며 "애초 경영계 의견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게 검토했다면 이제와서 전문가들마저 문제 삼고 일정이 지연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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