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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읽기] 인구 구조 변화라는 정해진 미래와 재정개혁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뉴스1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뉴스1

(서울=뉴스1) = 지난 연말,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때아닌 리모델링과 비품 사재기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겨울에 효율이 떨어지는 도색 작업을 하는가 하면, 한해 전 리모델링한 과학실 장비를 개비(改備)하고, 불필요한 원격수업용 카메라를 수십대 구매하는 등 예산을 집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강원도만 하더라도 도내 1000여개 학교와 유치원으로 배당된 예산은 학교당 평균 2억7000만원에 달하였다. 이 중 300여개 학교에 도색사업지원비가 할당되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6조원을 훌쩍 넘는 예산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으로 추가 편성된 것과 관련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현 이후 긴급재난구호금을 둘러싼 지난한 논쟁,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놓고 벌어진 정치권과 기획재정부의 갈등을 지켜봐 온 국민들로서는 교육계의 난데없는 돈 풍년이 의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산 털기 소동’이 벌어지게 된 표면적 이유는 지난해에 기획재정부의 당초 추계보다 세수가 60조원 이상 더 걷혔기 때문이다. 실제 세수와 추계치가 차이가 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에는 경제의 불확실성 증폭으로 추계 오차가 컸다는 점이 주효하였다. 다만 일선 학교를 지원하는 시·도 교육청 예산의 경우 교육교부금의 산정방식이라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한다.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재정 전체의 약 73%를 차지한다. 통상의 정부 예산 편성 과정과 달리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세수의 20.79%로 교부율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세입이 국세에 연동하는 특성을 갖는다. 지방교육재정 예산 중 약 4분의 3이 재정지출 수요를 결정하는 학생 수와 무관하게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입 구조는 최근의 학령인구 급감과 맞물려서 국가재정 운용상의 비효율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KDI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교육교부금 산정방식이 유지되는 경우 2020년부터 2060년의 기간 동안 6~17세의 학생 1인당 교부금이 1000만원에서 5400만원으로 5.4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1인당 경상 국내총생산(GDP)은 3700만원에서 약 3.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현행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의 증가 속도는 1인당 GDP 증가를 크게 상회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학령인구가 2020년 546만명에서 2060년 302만명으로 45%가량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로 교부되는 지방교부세 역시 교육교부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편성되지만, 재정의 운용 실태는 정반대이다. 지방교부세 세입은 내국세의 19.24%로 교육교부금과 마찬가지로 국세에 연동하여 결정된다. 다만 지출 측면에서 지방재정에는 사회복지비와 같은 국가사업에 대한 분담 책임이 부여된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과 같이 굵직굵직한 국가 복지사업들은 대부분 국고보조 방식이자 의무지출 형태로 편성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는 사업별 지방비 부담이 강제된다. 그 결과 지방재정의 몸집은 커졌으나 분권적 의사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재량지출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물론 교육청과 달리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와 같은 자체재원을 통해 재정을 조달할 수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국세 대비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는 재정분권 계획에 따라 지방재정에서 자체재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방세 비중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이다. 지방세 확충이 복지 분야 국고보조사업 확대에 따른 지방비 매칭액 증가를 상쇄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총량이 아닌 개별 자치단체별로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커지게 된다. 이는 복지비 지출에 영향이 큰 고령인구의 비중, 세입을 결정하는 경제력 수준이 자치단체별로 달라서이다. 경제력이 어느 정도 담보되는 수도권과 달리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고 경제력은 취약한 지역의 경우 의무지출은 늘고 세수 확충 여력은 제한되는 이중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상과 같이 교육교부금과 지방교부세는 그 운용 양상은 판이하지만, 재원 배분의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동일하다. 내국세에 연동한 산정방식으로 인해 지출 수요를 결정하는 인구 변동요인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산의 과부족 현상은 그 결과물이다. 교부금 제도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라는 분권의 가치를 실현하는 재원이기 때문에 통상의 예산 편성과는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세수 공유’(general revenue sharing) 방식으로 이전되는 교부금의 경우 중앙정부가 세부 사업 편성에 관여하는 목적보조금(earmarked grant)과 달리 자치단체의 재정운용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교육교부금의 경우 가용재원이 부족하던 경제개발 시기에 인적 자원 투자를 위한 재원을 우선순위에 두고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재정운용 철학도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자치분권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여 재정 수요와 재원 배분의 괴리를 해소하는 것은 국가재정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대두하였다. 다양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겠으나 자치분권과 양립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개혁안은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통합하여 ‘통합 지방재정’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경우 동일한 행정구역 안에서 발생하는 교육 지출 수요와 복지지출 등에 대한 재정 수요를 지역의 인구 구성 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교육 서비스의 국가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핵심 교육 프로그램 및 사무에서 교육정책의 자율성은 보장될 필요가 있다. ‘통합 지방재정’의 경우 일반자치단체(시·도)와 교육자치단체(시·도 교육청)의 행정적 통합을 전제한다. 따라서 근본적 대안이기는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의 논의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장기적 개혁과제라 할 수 있다. 과도기적 대안은 일반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을 재정 원칙에 따라 사업 단위에서 ‘연계’하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인구 감소로 인해 개별적으로 유지하기 힘든 학교, 보육시설, 마을회관, 경로원 등 지역 기반시설을 지자체와 교육기관이 공동으로 운용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또한, 지난해 발생한 것과 같은 세수 추계상 오차에도 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 예산 낭비의 여지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국가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초고령사회 도래, 학령인구와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은 우리나라의 ‘정해진 미래’이며 인구 변화의 속도는 항상 통계청의 전망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교부금 제도를 비롯하여 재정개혁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