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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물가불안 속에 기름값까지 들썩이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3 18:45

수정 2022.02.03 18:45

금리 추가 인상 불가피
경기 급랭만은 막아야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ℓ당 2290원 가격판이 보인다. 국제유가는 원유 공급 부족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등의 요인으로 1월에만 17% 급등했다. 사진=뉴스1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ℓ당 2290원 가격판이 보인다. 국제유가는 원유 공급 부족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등의 요인으로 1월에만 17% 급등했다. 사진=뉴스1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0달러 바로 밑까지 올라갔다.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장중 9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90달러가 눈앞이다.

치솟는 국제유가는 시장 전반에서 잠재적 공급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미군 병력 약 3000명의 동유럽 추가 배치를 승인했다. 러시아는 파괴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는 향후 기존 증산계획 외에 추가 증산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공급이 곳곳에서 틀어막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긴장이 격화되면 배럴당 100달러 전망을 넘어 120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월가 보고서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자재를 가공한 중간재, 완제품 수출이 주력인 우리 경제에 고유가는 치명적 악재다. 물가 압박으로 서민들 삶이 고달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 기름 값은 벌써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서울 기준으로 다시 L당 1800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날 낮 12시 기준 휘발유 가격은 L당 1743.9원으로 전날보다 2.47원이나 올랐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 L당 1807.0원으로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로 간신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국내 물가 전반으로 상승세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당장 눈에 띄는 게 커피 값이다.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지난달 7년6개월 만에 음료 가격을 최대 400원 인상했다.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도 커피원두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다. 농축산 생필품 시세도 불안하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3.8%에서 12월 3.7%로 소폭 둔화했지만 1월 3%대 후반, 2월 이후 4% 근접 예상이 우세하다. 정부는 상반기 상승하다 오름폭이 둔화하는 상고하저로 내다보고 있지만 지금 여건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인플레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를 동시에 덮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유럽연합(EU) 역시 유로화 도입 이후 가장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미국 연준이 올해 5회 이상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인플레 위험수위가 그만큼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긴축 쓰나미는 우리나라를 비롯, 신흥국 자본시장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 원자재 가격불안에 기업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어렵게 이룬 수출탑도 비싼 에너지 수입으로 무역적자를 빚으면서 빛이 바래고 있다.
고유가, 고물가, 긴축 파고까지 겹겹이 리스크가 쌓이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의 선제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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