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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 건보 적용 갑론을박…"불법유통 줄것" vs. "난치병 먼저"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4 15:16

수정 2022.02.04 15:16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불법유통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반면, 탈모보다 희귀·난치병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가하는 탈모환자…비싼 약값에 불법 유통까지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탈모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3만3194명이다. 2016년 21만2141명 대비 9.9% 증가했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원형탈모증, 흉터탈모증 등 모발 손실 환자의 수다.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노화·유전 요인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 탈모 인구는 훨씬 많을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탈모인구 1000만명이라는 추정치가 나오면서 대선 후보들도 관련 공약을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탈모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탈모약 카피약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가장 보편적인 탈모약으로 꼽히는 프로페시아는 1정당 1800~2000원 수준이다. 하루에 1정씩 한달간 복용할 경우 6만원가량이 드는 셈이다. 탈모약 복용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탈모약 건보 적용으로 온라인 불법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탈모약 불법 유통 관련 광고로 최근 5년간 적발된 건수는 4300여건에 육박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모·탈모 관련 모발용제 판매 온라인 광고 적발 건수는 949건이다. 2020년 843건, 2019년 1286건, 2018년 1239건 등 매년 1000건 안팎이 적발되고 있다.

전문·일반의약품을 온라인 판매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은 제조·유통 경로가 명확하지 않고 안전성 확인이 어렵다. 이에 건보 적용으로 탈모약 가격이 낮아질 경우 자연스럽게 불법 유통 수요가 감소할 거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 캡쳐,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 캡쳐, 뉴시스

■"탈모보다 희귀·난치병 급여화 우선시 되어야"

탈모약 건보 적용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예산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탈모약으로 인한 재정 부담 규모가 700억~8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해당 예산을 탈모약 관련으로 투입하는게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탈모약보다 희귀·난치병에 대한 급여화가 먼저 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의 치료접근권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탈모치료제 급여화가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들은 통탄을 금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희귀난치질환 환자는 약 80만명으로 추산된다.

의료계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피부과 관계자는 "탈모약의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건보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쉽게 결정 내릴 수 없는 문제"라며 "질병으로 분류되는 탈모약의 경우 이미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화로 진행되는 남성·여성형 탈모에 건보 적용이 불가피한 이유를 설명하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 생명과 직결되는 신약이 건강보험에 보다 신속하게 등재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인권위에는 약 4억6000만원에 이르는 백혈병 치료제 '킴라아'의 건강보험 적용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아 생명권을 침해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이 제기된 바 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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