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호남에서 두 자릿수를 넘어 2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통상 호남은 '여권의 텃밭'이자 국민의힘의 절대 열세지역으로 꼽히지만, 최근 윤 후보는 물론 이준석 당 대표가 연일 호남을 방문하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 후보는 6일 광주를 방문한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 비공식 방문을 포함해 6번째 호남행이다.
윤 후보는 이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로서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전두환 옹호발언'에 항의하는 시민들에 막혀 추모탑에 다다르지 못한 채 광장에서 참배를 했다. 이번 방문에서 윤 후보가 묘지 앞에서 참배를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는 이어 광주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해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이후에는 광주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지역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정치인 윤석열'은 호남 표심을 잡는 데 꾸준히 집중하고 있다.
그는 정치 참여 선언 직후인 지난해 7월 호남을 방문해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을 참배하고 옛 전남도청 별관을 찾았다.
같은 해 10월 호남 합동토론회에 참석했고, 대선 후보 선출 이후인 11월에도 광주를 찾았다. 12월22~23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북과 광주, 전남 순천·광양 일대를 방문했다.
지난달 10일에는 비공식 일정으로 광주 조선대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빈소를 조문하기도 했다.
설 연휴 전에는 호남 유권자 230만 가구에 '윤석열체'로 직접 쓴 손편지를 전달했다. 공직선거법상 제20대 대선 예비후보자 홍보물로 발송 가능한 전량을 호남에 투입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의 호남 공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대표는 설날인 지난 1일 오전 광주 무등산에 올라 '호남에서 20% 이상 득표'를 기원했다. 3~4일에는 전남 신안·완도·장흥·고흥 등 다도해 일대를 순회하며 지역 민심을 청취했다.
이 대표의 '비단주머니' 중 하나인 정책 홍보 열차 일명 '윤석열차'는 오는 11일 천안~목표 구간으로 첫 운행을 시작하며 호남을 공략한다.
윤 후보 측은 대선 승리를 위해 열세지역인 호남에서의 선전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보수정당 소속 대선 후보들은 호남에서 두 자릿수에 가까운 득표를 기록할 때 승리했다.
지난 15대, 16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호남에서 5% 이상의 득표를 하는데 실패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주 8.59%, 전남 9.22%, 전북 9.04%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광주 7.76%, 전남 10%, 전북 13.2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했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광주 1.55%, 전남 2.45%, 전북 3.3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보수 성향의 후보가 유승민(바른정당), 안철수(국민의당) 등으로 분산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홍 의원의 호남지역 득표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과거 대선 사례를 토대로 분석하면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할 경우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호남에서의 선전은 수도권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치권은 서울 인구의 약 15%를 호남 출신으로 분석한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호남에서 안정적인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의 의뢰를 받아 지난 2~3일 조사한 결과,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6.2%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10.6%포인트(p) 급등한 수치다.
리서치뷰가 UPI뉴스 의뢰로 1~3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호남에서 3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KSOI 조사에서 59.5%, 리서치뷰 조사에서 55%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비교하면 윤 후보는 여전히 호남 지역에서 열세다. 하지만 과거 보수정당 후보 대선 득표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내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호남 공략 행보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이준석 대표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더 겸손하게 노력하겠다"고 호남 표심을 구애했다.
여권은 국민의힘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송갑석 의원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호남을 방문 중인 이 대표를 향해 "호남표 구애의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며 "아무리 무등산을 오르고 다도해를 돌더라도 이런 정치는 진보와 개혁, 평화를 향한 호남의 염원을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송 의원을 향해 "지역정서에 기대면서 일 안하는 게 구태고 어렵더라도 노력하는 게 정치개혁"이라며 "호남의 유권자가 이번 선거에서 개혁에 많이 힘을 보태주실 것이라 확신한다"고 맞받았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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