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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집값 떨어지는데 청년더러 집 사라고 부추기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6 18:00

수정 2022.02.06 18:00

LTV 완화 앞다퉈 약속
상투 잡으면 어쩌려고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6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선관위 직원이 대선 디데이 알림판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6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선관위 직원이 대선 디데이 알림판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부동산 시장이 아슬아슬하다. 세계적인 긴축 움직임 속에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매매·청약시장엔 찬바람이 분다. 그러나 당장 청년표가 급한 대선후보들은 대출규제를 더 풀겠다고 한다.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격이다. 이게 과연 옳은 정책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20대 이하 포함)가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처음 30%대를 넘어섰다. 조사가 시작된 2019년은 28.3%, 2020년은 29.2%였다. 서울은 41.7%로 40%를 넘어섰다. 서울에서 아파트 구매자 열 명 중 넷은 2030세대란 뜻이다.

집값은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79.9로 전월비 0.79% 떨어졌다. 매매량도 푹 줄었다. 4일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3774건으로, 동월 기준 2008년 이후 가장 적었다. 청약시장도 예전 같지 않다. 민간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5.5대 1로 지난 한 해 평균(19.7대 1)을 밑돌았다.

긴축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꽤 많다"고 말했다. 월가는 연준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올릴 걸로 본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3일 금리인상에 착수했다. 한국은행도 진작부터 금리 정상화 로드맵을 밟고 있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세 번에 걸쳐 모두 0.75%포인트를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부동산이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금리를 당해내긴 어렵다. 국책 국토연구원은 작년 12월 '주택가격 변동 영향요인과 기여도 분석' 보고서에서 근래 집값이 오른 원인 가운데 금리 기여도가 약 4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거꾸로 이는 금리가 오르면 집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2년 전 8월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서 "법인 등이 내놓은 매물을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경고는 비웃음을 샀다. 그 뒤에도 집값은 한동안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땐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초저금리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금리인상, 곧 긴축이다. 돈줄을 조이면 부동산·주식에 낀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청년층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90%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LTV는 집값 대비 대출비율을 말한다.
젊은이들의 내집 마련 걱정을 덜려는 대선후보들의 선의는 이해한다. 그러나 자칫 지금 집을 샀다간 상투를 잡을 수도 있다.
부동산 대출규제를 풀기만 할 뿐, 집값 하락 리스크에 대해선 입을 꼭 다무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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