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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EU도 원전은 친환경, 우리만 갈라파고스 규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6 18:00

수정 2022.02.06 20:10

그린에너지에 포함시켜
K녹색분류체계 손봐야
유럽연합(EU)이 지난 2일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시키기로 화정했다. 프랑스 중부 루아르강 건너편에 원자력 발전소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럽연합(EU)이 지난 2일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시키기로 화정했다. 프랑스 중부 루아르강 건너편에 원자력 발전소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럽연합(EU)이 결국 원자력 발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했다. 지난주 친환경 사업 리스트인 '택소노미'(금융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기로 확정하면서다.
EU가 회원국 간 일부 이견을 해소하고 '원전 유턴'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어찌 보면 지난 연말 원전을 제외한 채 이른바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확정한 현 정부에 정문일침 격 경종을 울린 셈이다.

이 같은 EU택소노미 안은 원전 없이는 안정적 에너지 수급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간 EU 회원국 중 독일과 풍력강국인 덴마크는 인접국인 프랑스와 스웨덴 등에서 원전 전력을 수입하면서도 탈원전을 표방했었다. 하지만 두 나라도 지난해 풍력 불안정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조달이 어려워지자 EU 차원에서 원전 활용의 불가피성을 인식했다는 뜻이다. 더욱이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태양광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과학적 조사결과를 '2050년 탄소제로'를 주창한 EU집행위원회도 외면하기 어려웠을 법하다.

반면 원전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은 이와 거꾸로 가고 있다. '원전 제외, 액화천연가스(LNG) 조건부 포함'이 K택소노미의 골자여서다. 이는 태양광·풍력으로만 안정적 전력 확보가 불가능하기에 화석연료인 LNG를 억지로 녹색에너지에 끼워넣은 꼴이다. EU택소노미 안을 접한 환경부가 뒤늦게 "우리 분류체계에 원전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탈원전 도그마에 갇힌 청와대 눈치를 보는 듯 결정 시점에 관해선 함구로 일관, 공을 차기 정부로 넘기는 인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등 대선주자들의 준비 안 된 자세가 그래서 걱정이다. 며칠 전 이 후보는 TV 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RE100(기업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어떻게 대응할 거냐"고 물었다. 하지만 장학퀴즈 같은 기습 질문이 상대를 당황하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생산적 토론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EU택소노미에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포함한 것은 탈원전을 고집해선 RE100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은 결과다. 양쪽이 이런 문제의 본질을 간과했다면 우문우답만 주고받은 꼴이다.
여야 후보들은 말로만 '감원전'이니 '탈원전 정책 폐기'니 할 게 아니라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과학적 비전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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