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텔레그램으로 마약거래… 진단서 없이 '펜타닐' 처방 병원도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上)]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6 18:02

수정 2022.02.06 18:02

SNS 마약판매 광고글 검색해
구매의사 밝히자 "20만원" 답장
"월 1000 번다" 전달책도 모집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 강화
불법 처방 병원 강력 처벌 필요
텔레그램으로 마약거래… 진단서 없이 '펜타닐' 처방 병원도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上)]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이 점차 무색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마약 구매가 손쉬워진 탓이다.

온라인 상에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판매상과 쉽게 접촉 가능한 것은 물론, 일부 병원에선 진단서 확인 없이 마약류를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색 한 번이면 너무 쉬운 마약 거래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는 급증세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마약 거래로 검거된 인원은 지난 2020년 2608건으로 5년새 133% 증가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약류를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게시된 지 10초만에 마약류 판매 광고글이 검색됐다.
게시자는 대마, 필로폰 가루가 담긴 포장백 사진과 함께 '신뢰와 최고의 질로 승부한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구매의사를 밝히자 "샘플은 20만원, 드랍(가져다 놓은)지역은 서울부터 수원·대전·부산 등 다양하다"는 판매상의 답변이 돌아왔다. 무게별 금액과 드랍 지역이 적힌 표를 보내며 "처음이면 샘플도 추천한다"고 했다. 이어 해당 판매상에게 마약을 구매한 이용자들의 후기가 공유된 '인증 채널'의 주소를 보내왔다. 구매자 다수는 필로폰 용액을 직접 투약한 뒤 엄지를 치켜 올리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마약류 범죄에 가담하는 방식도 비슷하게 이뤄졌다. 마약류 전달책 모집 광고에 적힌 SNS를 통해 접선을 시도하자 "성실하게 하면 한 달에 500만~1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필요한 서류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주민등록증을 들고 얼굴과 함께 촬영한 인증 사진, 가족·친구 연락처, SNS 주소 등을 요구했다. 판매상은 "전달책이 만지게 될 물건이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개인정보를 팔려는 의도가 아니라 전달책들이 중간에 약을 빼돌릴 경우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마약상들은 상담자, 관리자, 전달책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판매상은 "동네 알바가 아니다. 서울에서 물건을 받아 드랍할 수 도 있고, 관리자의 지시에 따른다"며 전국서 조직적으로 마약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비쳤다.

■의협 '펜타닐 처방' 병원 감시 강화

마약 거래는 온라인 뿐 아니라 병원 현장에서도 쉽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병원이 수술 병력 등을 확인하지 않고 간단한 문진 만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쉽게 처방해준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마약 온상지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아편계 진통제인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 등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뿌리뽑기 위해 관련 병원에 대한 조사 진행을 추진 중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의협 윤리위는 펜타닐 패치 처방을 쉽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소재 A의원을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방문한 A의원 원장은 펜타닐 패치 처방을 요구하자 당황한 듯 시선을 회피하며 "저희는 이제 그런 것 안한다"며 말을 얼버무리고 진통제 주사와 일반 진통제류 처방을 권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협 내 자율정화특별위원회가 지난해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진단서 확인 없이 마약류를 무단 처방해주는 병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며 "서울시 내 전문가 평가단에서도 마약류를 과도하게 처방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지역 의원들끼리 예의주시 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2018년부터 의사와 약사의 마약류 투약·조제를 보고토록 하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과 2021년부터 의사가 처방 시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조회·확인토록 하는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투약 이력 조회가 단순 권고에 그쳐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성행되고 있는 마약류 거래를 막기 위해선 소관 부처 간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온라인의 경우 관련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마약 중독 전문가들과 협업해 유해한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차단과 감시·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오프라인의 경우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 활성화와 더불어 불법 처방한 병원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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