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영국 여왕 즉위 70년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7 18:00

수정 2022.02.07 18:00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왼쪽)과 찰스 왕세자의 부인 카밀라 파커볼스(오른쪽)가 2013년 6월 18 런던 애스콧에서 열린 경마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왼쪽)과 찰스 왕세자의 부인 카밀라 파커볼스(오른쪽)가 2013년 6월 18 런던 애스콧에서 열린 경마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52년 2월 6일 즉위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 70주년을 맞았다. 25세에 왕이 돼 올해 95세다. 1000년가량 이어진 영국의 왕 중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을 세웠다. 세계를 통틀어도 프랑스의 루이 14세(1643~1715년), 태국의 푸미폰 국왕(1946~2016년), 리히텐슈타인의 요한 2세 대공(1858~1929년) 등 3명만 재위 70년을 채웠다.
살아있는 왕 중 최장수 기록이다.

윈스턴 처칠부터 14명의 영국 총리를 겪었고 옛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 등 역사를 뒤흔든 주요 인물들을 겪었다. 미국의 해리 트루먼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14명 중 린든 존슨만 제외하곤 모두 면담했다. 우리나라 11명의 전직 대통령도 거쳤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접 만났다.

여왕은 적통 계승자가 아니었다. 큰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미국 평민 출신의 월리스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버리는 바람에 왕위를 승계한 아버지의 뒤를 이은 것이다. 심한 말더듬증을 갖고 있던 조지 6세는 영화 '킹스 스피치'(2010년, 톰 후퍼 감독, 콜린 퍼스 주연)의 주인공이다.

전 세계 53개국 영연방의 수장인 여왕은 자식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이혼한 1순위 후계자 찰스 왕세자를 향한 여론의 차가운 반응이 불안하다.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고소를 당한 아들 앤드루 왕자의 군 직함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인 메건 마클과 결혼한 손자 해리 왕자는 물의 끝에 왕실을 떠났다.


한동안 잠잠하던 입헌군주제 폐지론마저 부활해 왕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여왕 사후 영국 왕실은 껍데기만 남을 것이며, 찰스 왕세자가 최선이 아니라는 군주제 폐지운동이 거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는데 70년은 긴 세월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