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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제 합의'가 독됐나…EU·일본에 밀린 美철강 232조 협상

뉴스1

입력 2022.02.08 15:25

수정 2022.02.08 15:25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일본산 철강에 부과되는 관세를 완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동맹국들에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일부 거둬들인 것이다.

미국은 같은 수입 규제 조치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와의 협상에는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 관세 조치가 이뤄진 EU,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가 수입 물량을 제한한 '쿼터제'에 합의하면서 국가별 협상 순위가 뒤로 밀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일본산 철강 54개 품목을 대상으로 연간 125만톤(t)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산 철강에 부과되던 25% 추가 관세가 4월1일부터 저율할당관세(TRQ)로 대체된다. TRQ는 일정 물량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125만톤을 초과하는 일본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은 25%의 추가 관세가 유지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EU와도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하는 25%, 10% 수입관세를 철폐하고, 과거 수입물량에 기초해 무관세 물량을 부여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어 미국은 EU에서 탈퇴한 영국과 관련 협상을 개시했지만 우리나라가 요구하고 있는 협상 제의에는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지속해서 협상 요구를 하고 있지만 미국측이 쿼터 물량을 받지 않은 국가와 우선 협상할 것이라는 원칙이 있는 것 같다"며 "고율의 관세 부과를 선택한 EU,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가 쿼터제를 선택한 것을 일종의 합의로 보는 미국 내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산업보호를 이유로 수입 철강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하면서 쿼터제를 수용하는 국가에는 해당 물량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2015∼2017년 평균 수출물량을 기준으로 이를 70%까지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했다. 그 결과 2015∼2017년 연평균 383만톤의 우리나라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량은 쿼터제 적용 이후 200만톤대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쿼터제 선택는 고율의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EU와 일본이 미국과의 개선 협상에 성공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쿼터 물량을 넘어서는 철강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수 없지만 일본은 125만톤의 무관세 물량을 넘어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면 수출이 가능하다. 앞서 330만톤의 무관세 물량을 확보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마친 EU도 관세 부담시 추가 물량을 수출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EU와 일본의 개선 협상 이전에)무관세 쿼터를 할당 받는 것이 가격 경쟁력 등 국내 철강업체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일본과의 이번 협상이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