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약환자 늘어나는데 치료 기관은 제자리"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8 18:05

수정 2022.02.08 18:05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下)
마약 중독자 전문치료병원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
"사회화 위해선 재활치료 필수 예산 지원과 예방교육 확대"
"마약환자 늘어나는데 치료 기관은 제자리"
"이젠 마약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손쉽게 구해지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마약 중독자 전문치료병원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52·사진)은 최근 세대를 불문하고 증가하는 마약중독 현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천 원장이 운영하는 인천참사랑병원은 전국 21개 마약 중독자 전문치료병원 중 한 곳이다. 검찰은 마약 사범에 대해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참사랑병원 등에 입원치료를 의뢰하고 있다.

천 원장은 청년 세대들의 마약 중독 배경으로 '접근성'을 꼽았다. 그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마약중독자 대부분이 40~50대 남성들이었고 대마, 필로폰 등을 투약했다"며 "(최근에는) 젊은 남녀를 중심으로 일반 시민층에도 마약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해외 유학생들과 마약을 경험해본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마약 접근성이 용이해졌다"며 "특히 의사 처방으로 구할 수 있는 '펜타닐' 등 마약류 때문에 청소년과 대학생들로 마약 구매층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원장은 일부 의사들의 비양심적인 행동으로 마약 전파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는 의사의 엄격한 진료에 따라 처방돼야 하는데 일부 의원에서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 마약 커뮤니티에서는 '모 의원이 펜타닐을 쉽게 처방해준다'는 식의 이야기 마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는 펜타닐 패치 처방 남용 관련 서울 성북구 소재 A의원을 조사할 예정이다.

천 원장은 "마약 치료는 다른 정신 질환에 비해 수십배 어렵고,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탓에 비용도 크게 든다"며 "환자는 늘어나는데 치료 기관은 늘지 않고 정부 지원도 열악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인천참사랑병원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1억원을 기부했다.

천 원장은 "우리 병원도 최근에서야 간신히 자본 잠식에서 벗어났다"면서도 "마약 중독자 재활 시설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유일하다. 마약 중독자들의 사회화를 위해서는 재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천 원장은 "의료 소비자들인 환자들은 내가 받은 약이 어떤 약이고 어떤 위험성·중독성이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전폭적인 예산 지원과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마약 중독자 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송치된 10대 마약 사범은 450명으로, 전년 대비 43%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7년(119명)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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