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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치쇼로 전락한 추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8 18:07

수정 2022.02.08 18:07

대선 앞두고 생색내기 경쟁
코로나기금 진지한 검토를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가경정예산이 한바탕 정치쇼로 전락했다. 목표는 오로지 3월 대선 승리다. 겉으론 소상공인·자영업자 보상을 외친다. 속셈은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는 데 있다.
정부도 말리는 척 시늉만 할 뿐 결국은 정치권에 끌려간다. 추경도 국민 세금이다. 이 귀한 돈을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주무르려 한다. 선거에 눈이 먼 나머지 납세자, 특히 청년들이 장차 짊어져야 할 부담은 안중에도 없다.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14조원 규모의 정부 지출 규모가 국회에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면서 여야가 증액에 합의해도 "저는 쉽게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6일 "국회 합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일종의 폭거"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에 대한 탄핵 가능성도 내비쳤다. 민주당은 35조원으로 증액을 요구한다.

국힘과 윤석열 후보도 오십보백보다. 국힘은 추경을 50조원으로 늘리자고 주장한다. 단, 그 돈을 국채를 찍지 말고 본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50조원이면 본예산 607조원의 8%가 넘는다. 대한민국 예산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이미 다 쓸 데가 있어서 그렇게 짠 것이다. 50조원을 뚝딱 내놓으란 요구는 진정성이 결여된 정치적 생색에 불과하다.

정부도 잘한 거 없다. 정부의 추경 대응전략을 보면 기시감마저 든다. 먼저 홍 부총리가 의기충천 버티기에 나선다. 그 뒤 여당이 목청을 높이면 총리가 슬쩍 한발 물러선다. 최종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의 손을 들면 상황 종료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되풀이될 조짐을 보인다. 김부겸 총리는 7일 "국회가 뜻을 모아주면 정부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정부도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다시 '홍백기'가 될 판이다.

우리는 재정이 정치, 특히 선거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정부안(14조원)만으로도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선다. 국채만 11조원 넘게 찍어야 한다. 이걸 35조~50조원으로 늘리면 재정건전성에 더 큰 흠집이 날 게 뻔하다. 결국 그 짐은 청년세대에 돌아간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번까지 추경을 7차례나 짜는 바람에 국가 재정은 누더기가 됐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재정을 이렇게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

코로나 최대 희생자인 자영업자를 외면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본 난에서 "이·윤 후보가 말썽 많은 단발성 추경이 아니라 코로나기금 설치에 관심을 보이기 바란다"고 제안했다(2022년 1월 24일자). 20여년 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나 2년 전 코로나 위기 속에 설치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이 모델이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넷 중 한 명이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포함)다. 이들이 무너지면 고용도 무너진다.
기간산업 못지않게 자영업자들도 당당하게 지원과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윤 후보와 정치권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자영업자를 도우려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말 많고 탈 많은 일회성 추경 대신 중장기 '자영업자 코로나기금' 설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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