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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동맹 VS 中 '희토류 전쟁' 가열, 장악력 높여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9 13:29

수정 2022.02.09 13:29

- 호주 생산·수출 확대, 미국 방산업체에 중국산 구매 금지, 오커스·쿼드 결집
- 중국 채굴량 늘리고 고속철도로 라오스에서도 생산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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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 중심의 사실상 반중국 동맹과 중국의 희토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이 채굴량을 늘리고 고속철로 연결된 라오스에서도 희토류를 생산하려고 하자, 미국은 자국 방산업체에 중국산 구매를 금지시켰고 호주는 생산·수출 확대 전략에 들어갔다.

17개 원소의 통칭인 희토류는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전략 물자다. 화학적 성질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풍력발전용 터빈 등 첨단 산업에 두루 쓰인다. 최근엔 전기차 붐을 타고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핵심 재료로 수요가 느는 추세다.

9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호주 정부는 서호주 개스코인 지역의 양기바나 희토류 광산 개발 사업에 대한 1억4000만 호주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승인했다.


호주의 희토류 기업인 헤이스팅스테크롤로지메탈이 추진하는 이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경우 헤이스팅스는 80억 호주달러 기업가치가 있는 리나스 희토류에 이어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희토류 수출업체가 된다. 이럴 경우 수년 안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매튜 앨런 헤이스팅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결성에 참여하고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촉구하는 등 반중국 연대에 합류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과 랍스터, 소고기 등 수입 금지로 호주를 공격하는 중이다.

호주와 미국·일본·인도는 쿼트를 통해서도 반중국 희토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중요 광물 등 4개 핵심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쿼드 회원국과 함께 추진키로 했다. 이 계획의 첫 대상은 희토류로 알려졌다.

희토류는 미국, 호주, 러시아에서도 생산한다. 하지만 분리·정제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로 인한 토양 오염 등 환경 문제 때문에 광석을 중국으로 보낸 뒤 정제한 희토류를 다시 수입해 쓴다. 미국은 이 비율이 80%에 달한다.

쿼드는 이에 따라 희토류 정제 과정 때 방사성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 기술을 공동 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차원의 규칙 제정을 추진한다.

미국 의회는 자국 방위산업업체들의 중국산 희토류 구매를 금지하는 초당적 법안을 지난달 초 마련했다. 대신 국방부가 이를 상시 비축해 부족분을 해결한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력을 꺾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미국은 2차 대전부터 희토류 산업을 창출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희토류 유형을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30년간 꾸준히 성장해 전체 산업을 통제하는 상황까지 왔다. 중국 점유율은 2017년 79.5%까지 높아졌다가 미국과 호주 등이 희토류 채굴량을 늘리면서 20%포인트 가량 떨어졌지만 여전히 독보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자국 5개 희토류 기업·기관을 통폐합해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켰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희토류 채굴량은 전년대비 20% 늘어난 10만800t으로 잡았다. 제련량은 9만7200t이다. 시장과 외교가에선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속내로 풀이했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 업체가 고속철로 연결한 라오스에서 희토류를 채굴할 수 있도록 라오스 정부로부터 승인 받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희토류 시장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희토류 법안을 발의한 미 공화당 톰 코튼 의원은 “희토류 추출과 처리에서 대중 의존도를 끝내는 것은 미국 국방과 기술 분야 강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전문가들은 광영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기고문에서 “핵심 광물 공급의 안정을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새로운 국제관계와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등에 근거해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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