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집주인 실거주 입증' 오락가락 판결에… 임대차 시장 혼란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9 17:28

수정 2022.02.09 17:28

임대차法 포괄조항 많다보니 분쟁때마다 법적 해석 제각각
이번엔 "임대인이 입증 어렵다"
집주인-세입자 갈등만 키워
'집주인 실거주 입증' 오락가락 판결에… 임대차 시장 혼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경우 실제 거주 여부를 세입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 18개월을 맞았지만 계약 갱신과 실거주 입증 등에 대한 법원 판단기준이 모호해 시장 분쟁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거주 목적 갱신거절' 모호한 판결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이 임대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전세 계약갱신을 거절한 사건에 대해 '집주인의 실거주 입증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집주인 A씨가 세입자 B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아파트를 인도하고, 계약만료일 다음 날부터 인도일까지 약정 월세 상당액인 월 3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앞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 의사를 밝혔으나 세입자가 "실제 거주할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며 버티자 집주인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집주인이 계약갱신 거절 이후 거주할지를 누가 입증하냐는 것이 쟁점이었다.
법원은 "임대인 입장에서 실거주 목적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며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집주인의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계약갱신 거절이 실제 거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임대차법상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분쟁에서 법적 해석이 제각각 이뤄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의 가장 큰 문제는 판결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부분"이라며 "명시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 조항이어서 해석에서 여지가 많다보니 아예 다른 해석이 가능한 판결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달에는 2년 계약 만기 후 임대료 5% 인상을 요구했던 집주인이 세입자가 이를 거절하자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했다가 또다시 거부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사례도 있다. 당시 법원은 "실거주는 장래에 일어날 주관적인 일로 객관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지만, 실거주를 갱신 거절 용도로 이용하면 안된다"는 취지를 판결 근거로 제시했다.

■임대차 현장, 분쟁만 급증

이처럼 임대차법에 포괄 조항이 많다보니 현장에서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계약 갱신·종료' 관련 분쟁은 총 307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43건, 2020년 122건에 비해 각각 6.1배와 2.5배 급증했다.

임대차 현장에서는 집계된 분쟁보다 더 심각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C공인 관계자는 "임대차법 조항을 보더라도 중개소나 거래 당사자들이 법에 따라 판단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오히려 법 시행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 보유한 집에 전세입자를 두고 있는 30대 한모씨도 "계약 연장을 앞두고 세입자가 먼저 실거주를 증명하라는 요구를 했다"며 "실거주 입증 의무에 대해 공인중개소와 법률사무소 측에 문의해봤지만, 사례마다 다 다르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답답해했다.


김지원 법무법인 하신 대표변호사는 "임대차보호법상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신설됐지만 임대인의 재산권 제한 문제와도 관련돼 어느 정도의 가치 충돌이 예견됐다"면서 "실제 법적 절차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임차인을 조금 더 강하게 보호하고자 했던 입법 취지에는 부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