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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추경 펑펑, 국가신용등급 걱정은 안 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9 18:07

수정 2022.02.09 18:07

신용평가사 진작부터 경고
재정준칙도 입법 서둘러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일 국가신용등급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 증액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홍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답변에서 "무디스와 피치 같은 신용평가사와 상반기에 협의해야 하는 국가신용등급 평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직은 신용평가사들이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의 재정 확대정책을 이해하는 편이지만 "이제는 (이해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경고를 가볍게 들어선 안 된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상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등급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선 꾸준히 경고음을 내고 있다. 무디스는 작년 5월 보고서에서 "정부 부채가 역사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랜 기간 확립돼 온 한국의 재정규율 이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피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고령화에 따른 장기 지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을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피치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대선은 중장기 재정 전망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는 한국 경제의 건강을 체크하는 외부 의사다. 우리가 모르는 병 또는 외면하고 싶은 병을 미리 짚어낼 수 있다.

한국 재정이 곪아가고 있다는 건 정치인들만 빼고 다 안다. 지난달 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국회 상임위를 거치는 동안 14조원이 54조원짜리로 둔갑했다. 국회에 도깨비방망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35조원만 해도 국가채무 비율이 2%포인트가량 높아진다. 개인이든 국가든 빚이 많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홍 부총리는 피치의 지적을 인용, "정부가 재작년에 제출한 재정준칙이 말로만 하고 국회에서 입법이 안 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 12월에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냈다. 국회가 끝내 추경 증액을 밀어붙이겠다면 개정안을 동시에 처리하는 게 납세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사실 '한국형 재정준칙'은 구멍이 숭숭 뚫렸다. 국가채무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를 기준으로 삼되 어느 하나라도 조건을 충족하면 괜찮은 걸로 봤다. 시행은 2025 회계연도부터다. 또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치면 준칙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도 개정안은 국회에 14개월째 묶여 있다. 이번 대선에서 보듯 여야 모두 재정 중독 늪에 빠졌다. 개정안이 속 빈 강정이라지만 발목을 잡는 재정준칙이 달가울 리 없다.

건전재정은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버팀목이다. 국제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니 더 써도 좋다고 말하는 건 단견이다.
제3자인 신용평가사들은 꽤 오래전부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국회에 당부한다.
추경은 최소한으로 증액하되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동시에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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