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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표 '버맥' 궁합 … 빠져들지 않고는 못배길걸 [먹어주는 얼굴]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0 18:15

수정 2022.02.10 18:52

MOM'S TOUCH LAB
맘스터치표 '버맥' 궁합 … 빠져들지 않고는 못배길걸 [먹어주는 얼굴]

쌀쌀한 겨울 저녁 남자 셋이 퇴근 후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기로 했다. 낼모레 50을 바라보는 남자 1호는 안주로 따끈한 국물을 원했지만 30대인 남자 2호와 3호는 맛과 분위기를 강하게 요구했다. 남자 1호는 "시커먼 짐승들끼리 무슨 분위기냐"고 투덜댔지만 힘의 논리(다수결)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나이와 직급을 믿고 소신껏(?) 밀어붙이다가는 '꼰대'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남자 2호와 3호의 추천은 서울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맘스터치 랩' 4호점이다. 치맥(치킨+맥주), 버맥(버거+맥주)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란다.
식품업계에서 내공을 제법 쌓은 남자 2호가 "치킨버거로 유명한 맘스터치가 맘스치킨, 맘스피자 등에 이어 맘스터치가 4번째로 선보인 '랩(LAB)' 매장"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드래곤 포크 후라이즈
드래곤 포크 후라이즈
비프버거 온더스트릿
비프버거 온더스트릿
치킨버거 핫 내슈빌
치킨버거 핫 내슈빌
버팔로윙
버팔로윙
머쉬룸 & 가든 샐러드
머쉬룸 & 가든 샐러드

맘스터치 랩 4호점은 캐주얼 펍(Pub)에 가까운 모습이다. 각양각색의 닭 모형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모던하고 심플한 인테리어, 은은한 조명이 제법 분위기를 살려준다. 하지만 우린 술과 음식을 먹으러 왔다. 매장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 오로지 '맛'에 집중하기로 한다

남자 1호를 제일 먼저 놀라게 만든 것은 메뉴판이다. 가격이 예상 밖으로 싸다. 실험매장이라더니 가격마저 실험적이다. 1만5000원 넘어가는 게 없다. "얼마 전 회식했던 회사 근처 족발집은 계란말이가 1만5000원이다. 메뉴 하나씩 전부 다 시켜." (오늘의 계산을 책임질)남자 1호의 목소리 톤이 두 단계나 높아졌다.

시원한 맥주에 '1인 1버거'는 기본으로 깔고 간다(남자 1호는 햄버거 2개가 기본이다). 원조 격인 '치킨버거 디 오리진'과 '비프버거 디 오리진'에 '베스트' 도장이 찍힌 '치킨버거 핫 내슈빌'과 '비프버거 온더스트릿'을 골랐다. 햄버거 메뉴는 전부 주문한 셈이다. 안주로는 '버팔로 윙' '후라이드 치킨' '멕시칸 치츠 포테이토' '머쉬룸&가든 샐러드'를 찜했다.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드래곤 포크 후라이즈'도 빠질 수 없다.

■ 남자 1호의 톱픽 '드래곤 포크 후라이즈'

맘스터치의 치킨버거는 모양새가 희한해서 그런지 먹기가 참 힘들다. 개발자가 먹어 보기는 하고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래도 맛있어서 참는다. (칼 솜씨가 부족한 탓인지)나눠 먹으려고 잘랐는데 온통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대충 포크로 찍어 입 안으로 직행한다.

치킨버거 핫 내슈빌은 내가 알던 맘스터치의 '내슈빌 핫 치킨버거'와는 많이 다른, 고급진 느낌이다. 일단 치킨패티의 바삭함이 기대치를 뛰어 넘는다. 기름기 없이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다. 이것이 '수제'의 힘인가 싶다. 빵은 브리오쉬번이라 더 부드럽고 맛나다. 무엇보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코울슬로가 들었다. 새콤하면서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버거 한 입에 맥주 한 모금이 하루의 피로를 싹~ 날려준다.

비프버거 온더스트릿은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치즈, 양상추에 케첩&마요네즈 소스가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준다.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버거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계란프라이가 풍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신의 한 수'로 꼽을 만하다.

비프버거 디 오리진, 치킨버거 디 오리진은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특이점을 찾지 못한 것이리라. 접시가 싹~ 비워진 것을 보면 분명 맛은 있었을 게다. 맘스터치 랩도 '버거맛집'으로 인정한다.

시그니처 플래터 메뉴인 '드래곤 포크 후라이즈'는 두 손 모아 엄지척을 해주고 싶다. 길쭉하게 생긴 모습이 치킨텐더를 연상시킨다. 닭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 항정살로 만들었단다. 잠시 탕수육을 떠올리기도 했으나 금세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맛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다. 지방이 적당히 어우러진 것이 탕수육과는 또 다르다. 항정살 특유의 입 안에서 서걱거리는 느낌이 좋다. 탱글탱글하니 씹는 맛이 아주 매력적이다. 함께 나온 소스는 잊어버릴 정도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맥주를 홀짝홀짝 들이키다보니 자꾸만 손이 간다.

동반자로 나온 마약옥수수도 이색적이다. 무턱대고 통째로 먹다가는 혼쭐이 날 수 있다. 딱딱한 옥수수대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대를 손으로 잡고 갈비처럼 뜯어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달달한 그 맛에 반할 뻔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실천하듯 오늘도 살찌는 음식만 골라 먹었다. 건강과 위장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머쉬룸&가든 샐러드로 포크를 옮긴다. 볼을 가득 채운 버섯과 양상추, 래디쉬 등 다양한 식감의 야채들이 '고퀄' 향기를 물씬 풍긴다. 한 켠에 자리 잡은 호밀빵의 존재가 이채롭다. "샐러드는 새콤달콤한 드레싱 맛으로 먹는 것"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양에 상관없이)샐러드 맛은 봤으니 할 만큼은 했다고 자부한다.

멕시칸 치즈 포테이토는 안주계의 숨은 강자다. 비쥬얼부터 내공이 느껴진다. 멕시칸 특유의 매콤한 소스가 맥주를 부른다. 찐득하고 노란 체다치즈가 감자튀김을 감싸고 있어 짭짤하니 안주로 딱 좋다. 베이컨도 적잖이 들었다. '강력 추천' 들어간다. 이 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잊지 말고 꼭 주문해야 할 메뉴다.

버팔로 윙과 후라이드 치킨에게 많이 미안하다. 이제서야 너희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오랜 기간을 함께 해온 익숙한 맛이어서 지나치게 홀대를 한 느낌이다. 사실 맥주에 이 만한 친구들도 없다. 안주에 집착하다보니 맥주가 많이 남았다. 버팔로 윙, 후라이드 치킨과 끝까지 달려보자.

■ 남자 2·3호 '치킨버거 핫 내슈빌'에 엄지척

남자 2·3호는 치킨버거 핫 내슈빌을 최고의 메뉴로 꼽았다. 남자 2호가 "내슈빌 핫 치킨버거와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하자, 남자 3호가 "고급 버전이라는데 얼마나 다르겠냐"며 맞장구를 친다.

하지만 이들의 투덜거림은 오래 가지 못했다. 둘이 나란히 한 입 베어 물더니 이리저리 다시 뜯어본다. 그 맛에 반한 표정이다.

남자 2호가 "'단맵(단맛+매운맛)'의 맛이 일품이다. 매콤한 특제 소스를 입힌 수제 치킨 패티에 큼지막하게 썰어진 수제 코울슬로가 조화를 이룬다. 코울슬로는 신선한 샐러드를 먹는 느낌이 정도로 아삭한 식감에 내슈빌 오일이 은은하게 풍겨져 나온다"는 평가를 내놨다. 남자 3호는 "입맛이 비슷한 모양이다. 괜히 베스트 메뉴로 뽑힌 게 아니다. 잘 팔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남자 3호는 수제 코울슬로에 반했는지 연신 포크를 가져간다. "패스트푸드 식당의 것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신선하다"는 설명이다. "튀김요리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새콤달콤한 소스도 맛있다. 프리미엄 매장의 진가는 사이드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나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남자 2호는 메뉴 이름에 꽂힌 모양이다. "이름에 각각의 버거 특징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해석이다. 남자 2호에 따르면 치킨버거 디 오리진과 비프버거 디 오리진은 이름 그대로 버거의 기본에 충실했다. 치킨버거 디 오리진은 맘스터치의 상징인 '싸이버거'의 정체성을 가져오면서도 특제 소스를 활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비프버거 디 오리진은 맘스터치의 이미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비프버거의 '익숙한 맛'이 만족스럽다.

'비프버거 온 더 스트릿'은 남자 3호의 취향을 저격했다.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의 추억을 자극한단다. "학교 근처 분식점에서 팔던 양배추 샐러드 햄버거의 '초고급화' 버전이다. 어릴 적 먹었던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은 양상추가 추억을 소환하는 능력을 가졌다. 양배추를 기반으로 한 수제 샐러드와 고급스러운 비프 패티가 의외로 케미가 좋다. 익숙함과 고급스러움의 동행이랄까. 패티와 샐러드 사이 계란프라이가 완숙이라 더 맘에 든다.

"굶주린 배를 조금 채우고 나니 테이블 한가득 차려진 다른 메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남자 2호의 말이다.

남자 3호는 드래곤 포크 후라이즈의 이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남자 셋이 한창 동안 머리를 맞대봤으나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매장 직원이 "용산이라는 지역명에서 '드래곤(용)'을 따오고, 주 재료인 돼지고기(포크)를 더했다"고 설명해준 뒤에야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다들 코를 박고 먹는 일에 집중한다. "맛있다" "좋다"는 탄성과 "꿀꺽꿀꺽" 맥주 들이키는 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이다.

샐러드는 오늘 만큼은 스타터 메뉴가 아니라 입가심용이다. 튀김 요리의 느끼함을 잡기에 충분하다.
(고기를 먹을 만큼 먹은)남자 3호는 샐러드 특유의 신선함을 더 느껴보고 싶다. "핫칠리마요 소스와 함께 이리저리 섞은 샐러드는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버섯과 샐러드를 좋아하는 다이어터에게 추천"이라며 볼을 자기 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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