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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오늘날 삼성전자가 초격차기술과 품질혁신을 이어가게 된 중대한 계기가 됐다는 것은 산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TSMC도 올해 반도체 설비에만 최대 440억달러(약 52조7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한 데다, 인텔도 한동안 접었던 파운드리에 재진출하는 등 삼성전자를 위아래에서 압박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불량률을 낮추는 일이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도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역량을 모아 선단공정 수율을 확보하겠다"면서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초기에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사소한 불량도 제조사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지난 2019년 TSMC의 팹(fab)에서 대략 10만장 규모의 웨이퍼 불량이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피해액이 5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달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해외출장을 다녀온 이후 '냉혹한 현실'을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세계적 기업들의 숨가쁜 기술경쟁을 보면서 삼성의 현 위치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것이 이번 파운드리 감사의 시발점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애니콜 화형식 이후 비약적인 휴대폰 기술·품질 혁신을 이룩했다. 1996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동통신에 사용되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을 적용한 휴대폰인 SCH-100을 출시해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누르고 국내 1위에 올랐다. 이어 일명 '이건희폰'인 SGH-T100을 2002년에 내놓으면서 한달 만에 1000만대를 팔아치우며 명실상부 국내 대표 휴대폰 제조사의 자리에 올랐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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