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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자재 재고 바닥, 현물이 선물보다 비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4 10:54

수정 2022.02.14 10:54

칠레 벤타나스 구리 제련소의 제련 과정.로이터뉴스1
칠레 벤타나스 구리 제련소의 제련 과정.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세계 주요 상품거래소에 올라온 원자재 재고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물류대란때문에 위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당장 현물을 구하기 어려워 선물보다 현물이 더 비싸졌으며 원자재 부족이 물가상승 압력을 부채질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 등 주요 거래소에서 원자재 재고가 모자라 백워데이션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워데이션은 현물 가격이 선물보다 비싸지는 현상으로 매수자가 원하는 상품을 즉각 확보하기 위해 웃돈을 들여 현물을 매입할 때 주로 발생한다. 이는 그만큼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미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 23개 선물 상품을 추적하는 블룸버그상품지수에서 9개 종목이 백워데이션 상태에 빠졌다.
FT는 주요 거래소에 올라온 구리 재고가 현재 약 40만t 수준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1주일치 남짓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공급량 역시 유럽과 중국의 제련소들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 때문에 조업규모를 줄이면서 급감했다.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9일 t당 3265달러까지 올라 1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뒤 다시 약 1% 하락했다. 미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해 2023년이면 시장의 알루미늄 재고가 바닥난다며 알루미늄 가격이 1년 안에 t당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전기차 열풍 때문에 수요가 급증한 탄산리튬 가격 역시 지난해 400% 가까이 치솟아 t당 5만달러를 넘겼다. 미 씨티그룹은 올해 리튬 수요량이 공급량을 6% 앞지른다며 가파른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석유 가격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14일 장중 1.7% 가까이 올라 배럴당 95달러 언저리에 이르렀고 이미 2014년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발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과 생산 목표가 계속 벌어진다면 공급불안이 이어지면서 가격 부문의 변동성과 상승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천연가스 소비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유럽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ICIS에 의하면 유럽 전역의 천연가스 저장시설 내 재고는 전체 대비 35%에 불과해 계절 평균치를 밑돌았다.

농산물 시장의 재고도 위험하다. FT는 상품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아라비카 커피 원두의 재고가 22년 만에 최저치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ICE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해당 원두 가격은 중미 지역의 조업 차질로 인해 올해 들어 13% 올라 0.45kg당 2.59달러를 기록,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골드만삭스의 니콜라스 스노든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시장에 대해 “가장 극심한 재고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에 없던 사태이며 공급쪽에서 반응이 없다”고 밝혔다.

FT는 이러한 원자재 부족 현상이 세계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부추긴다고 걱정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 발표에서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5%에 달해 40년만에 최고치였다고 알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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