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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허술한 10대 공약, 재원 조달은 낙제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4 18:45

수정 2022.02.14 18:45

이재명·윤석열 양대 후보
고통분담 등 진실은 외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직능본부 공중위생단체협의회 정책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직능본부 공중위생단체협의회 정책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면담하고 나온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면담하고 나온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공약은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재원조달 방안은 찾을 수 없다.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이 도졌다.

가깝게는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의 실책을 답습할 공산이 크다. 납세자인 유권자들이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제1 공약은 코로나 극복과 자영업자 지원, 제3 공약은 경제적 기본권 보장, 제5 공약은 돌봄국가책임제 실현과 안전사회 실현이다. 척 봐도 돈이 많이 들게 생겼다. 그러나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불투명하다.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긴급 추경'을 편성하면 국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지만 장차 '이재명정부'가 나랏빚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기본권 보장, 곧 기본소득은 모래 위의 성처럼 불안하다. 공약에 따르면 전국민 보편기본소득은 연 25만원에서 시작해 임기 내 연 100만원으로 확대된다. 청년은 내년부터 연 100만원을 지급한다. 재원조달 방안으로는 "지출 구조조정, 조세감면 개혁, 지하경제·탈루세원 양성화 등 세입 기반 확충"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보편기본소득은 "토지이익배당과 탄소배당을 재원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어느 것 하나 미덥지 못하다.

먼저 토지이익배당을 위한 국토보유세는 이 후보 스스로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탄소배당을 위한 탄소세는 기업이 결사반대할 게 뻔하다. 특정계층을 겨냥한 부자증세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 공약이 2012년 새누리당(현 국힘) 공약을 닮은 것도 묘하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5년간 총 135조원을 마련한다는 공약가계부를 제시했다. 이 돈을 증세 없이 세출 절감,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복지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등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결국 유권자를 우롱한 셈이 됐다. 2015년 국회 연설에서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고백했다.

윤석열 후보도 오십보백보다. 윤 후보는 13일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코로나 긴급구조를 제1 공약으로 꼽았다. 여섯번째 공약에선 출산 준비부터 산후조리, 양육까지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역시 만만찮게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러나 재원조달 방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재량지출 감축, 재정지출 시기 조정, 세입 증대 예상분 활용 등을 제시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2017년 민주당 공약과 닮은 구석이 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5년간 총 178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92조원)을 재정지출 절감으로 충당하겠다고 말했다. 세출 구조조정은 비과세·감면 축소 또는 지하경제 양성화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당장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보라. 꽉 짜인 본예산에서 수십조, 수조원은커녕 수억원도 빼내기가 쉽지 않다.

포퓰리즘이 밴 허풍 공약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보편증세 등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용기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다. 오로지 당선을 목표로 보수는 진보를 베끼고, 진보는 보수를 베낀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유권자를 우습게 봐서 생긴 일이다. 신뢰할 만한 공약 검증 시민단체가 없는 게 아쉽다. 지금으로선 유권자 스스로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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