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차기정부 디지털 정책, 더 절실해져야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5 18:52

수정 2022.02.15 18:52

[이구순의 느린 걸음] 차기정부 디지털 정책, 더 절실해져야
1998년 5월 21일.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3개월 만에 청와대에서 제1차 정보화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금융기업 구조조정과 정부 구조개혁이 최우선 과제"라며 "조직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정부는 전자정부를 구축하고, 전국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깔아 전 국민이 정부 IT서비스의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5000만 소비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IT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도록 시장부터 만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체제(외환위기) 속에 들어선 김대중정부의 최대 과제는 외환위기 극복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의 해결사로 정보화를 찍었다.
기업과 행정의 구조를 개혁하고, 빈 외환금고를 채워야 하는 김 전 대통령에게 정보화는 절실한 과제였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까지 정보화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챙겼다. 그 덕에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세계 최고 IT국가로 자부하고,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고, 최고급 IT 이용능력을 가진 나라로 발전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딱 3주 남았다. 그런데 주요 후보들이 내놓는 디지털전환 정책은 유독 중요성도 절실함도 보이지 않아 아쉽다. 디지털전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경제·사회 곳곳에 위기가 보이는데 극복할 대안이 안 보인다. 3월 9일 밤 차기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 알 수 있는 분명한 것은 2022년 취임할 대통령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절실함이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보다 작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사이버 위협 같은 디지털 기술을 내세워 기술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디지털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의 디지털전환 정책은 중심이 없다. 마스크 구입 앱, 백신예약, 백신패스의 혼란으로 대국민 디지털 서비스의 난맥상이 드러났는데도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정책은 전문가는 아랑곳없이 '하던 부처가 그냥 하는' 30년 묵은 전자정부 체계 그대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산업에서 민간의 역동성이 분출되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의 협력과 분리를 결정할 업무분장은 고민의 흔적도 없다. 웹3.0이라는 '데이터 주권' 시스템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시스템 운영철학은 여전히 웹1.0에 멈춰 있지 않은가 싶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당장 인수위원회부터 선거 기간에 못 봤던 디지털전환의 절실함을 보여줬으면 한다.
대통령이 직접 국정의 중심에 디지털전환을 선언하고 강력한 실행부처를 세워 빠르고 유연하게 디지털전환을 이뤄나가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앞으로 5년 디지털전환을 얼마나 절실히 챙기느냐가 향후 50년 디지털 코리아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의 5년은 향후 50년 디지털 코리아의 성패를 가늠할 디지털전환의 마지막 기회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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