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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자재 중요성 일깨운 우크라이나 사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5 18:52

수정 2022.02.15 18:52

국제시장 구리 재고 바닥
긴 시야서 자원외교 절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사진=뉴스1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사진=뉴스1
우크라이나 상공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전 세계 금융·원자재 시장이 출렁대고 있다. 그 충격파는 한국에도 전달됐다. 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동반 급락세로 나타났다. 임박했다는 러시아의 침공이 기정사실화하면 더 큰일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소재 수입이 막히면 우리의 수출은 치명타를 입는다.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원자재 공급망 불안 해소에 총력 대응해야 할 이유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비상벨은 이미 울렸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96달러를 돌파하는 등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다. 구리는 글로벌 재고가 1주일치도 남지 않았으며,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과 알루미늄의 재고 부족도 위험수위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2위 알루미늄 생산국이다. 게다가 세계적 곡창인 우크라이나의 정정불안은 국제적 식량 가격을 자극하는 커다란 인플레 압력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에도 강 건너 불일 수 없다. 대외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 폭등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 비중이 높은 반도체 원재료인 네온·크립톤 등을 들여오는 데 큰 차질도 예상된다. 정부가 1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 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신설하고 공급망관리특별법을 제정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만시지탄이란 인상도 지울 순 없다. 특히 14일 회의에서 정부가 해외자산 매각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대목이 그렇다. 임기 말에 원자재 확보에 비상등이 켜지자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사실 문 정부는 임기 내내 해외자원 개발을 적폐 취급하다시피 했다. 칠레 구리광산 등 해외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공기업인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투자에도 제동을 걸었다. 꾸준히 해외자원 개발에 힘쓰고 있는 이웃 일본, 중국과는 거꾸로 가는 행보였다.

물론 정부가 우크라이나 진출기업에 대한 전담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원자재와 에너지 및 곡물의 수입처 다변화를 신속히 추진키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앞으로 민간이 수입 대체처를 찾는 데 소요되는 비용도 당연히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만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도 꺼야 하겠지만,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처지에선 '자원안보' 확보 차원의 장기적 대처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탈냉전 이후 앞으로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될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등 기왕에 투자한 해외자산의 매각은 당연히 재고해야 한다.
세계 주요국들이 공급망 관리에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추세를 직시해 현 정부도, 차기 정부도 긴 눈으로 자원외교엔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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