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0년 10월, 한국에 잠깐 들러 여행을 하고 떠난 외국인의 눈에 보인 서울 친구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김새벽, 곽민규, 브라질 출신 배우 아나 루지에로 주연 영화 '소피의 세계'가 외롭지만 다정헀던 2년 전의 기억을 꺼냈다.
16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소피의 세계'(감독 이제한)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소피의 세계'는 수영과 종구, 소피가 함께 했던 나흘간의 기록을 담은 작품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정서로 주목 받았다.
배우 김새벽이 우연히 소피의 여행 블로그를 발견하고 2년 전 기억을 떠올리는 아내 수영, 배우 곽민규가 집을 둘러싼 문제로 고통받는 남편 종구를 연기했다.
'소피의 세계'는 북촌에 위치한 집을 배경으로 한다. 이 집은 연출자 이제한 감독이 살고 있는 자택이다. 이날 이제한 감독은 영화 연출 계기에 대해 "영화 맨 처음 시작할 때 영화에 등장하는 집이 실제 제가 살고 있는 집인데 창밖을 보면 인왕산이 예쁘게 잘 보인다, 어느 날 그 산을 보는데 그 풍경이 이상하게 슬프다는 생각을 했고, 당시 시나리오 쓰려고 준비하던 단계였는데 그게 왠지 어떤 시나리오의 중심이 되는 이미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연을 맡은 김새벽은 영화 '마지막 손님'을 통해 한 차례 이 감독과 함께 한 바 있다. 김새벽은 "좋은 기억이 남아서 두번째 영화까지 하게 됐다, 영화 안에서는 거친 감정 나오는 장면들이 있지만 현장은 다정하고 행복한 현장이었다,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 전체보다는 수영(김새벽의 배역)의 장면을 집중해서 읽고 그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디테일하게 써 있었다"며 "대사도 지문도 행동도, 설명 같은 것이 너무나 현실적인 것이 있어서 이것을 여기에 계신 배우들과 함께 감독님과 함께 스태프와 함께 잘 구현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새벽과 곽민규 외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외국인이라는 점은 특별하다. 브라질 출신 아나 루지에로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배우로 영화 '승리호'와 '웹흐다라 '몽슈슈 글로벌하우스'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소피의 세계'는 그의 첫 주연 데뷔작이다.
이제한 감독은 "사실 아나 루지에로를 찾는 게 제일 어려웠다"며 "일단 한국에 있는 외국인 배우가 적기도 했고 그래서 여러가지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으로 찾았는데 내 마음에 드는 배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날부터 SNS에 있는 외국인 배우와 모델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찾았다, 그러다 우연히 아나 루지에로의 SNS 페이지에 들어갔다, 거기에 있는 아나의 모든 사진의 표정이 다 다르더라"며 "아나가 연기를 하는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 몰랐고 페이지에 친구와 같이 한국 노래를 불러서 올려놓은 영상이 있었는데 그 영상을 보는 순간 아나가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이 사람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나가)충분히 잘 하실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고 차후에 만났을 때 고국에서 연기 경험이 있음을 알았다, 처음 보는 순간 '저 사람이 소피였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제안했고 승낙해줘서 같이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아나 루지에로는 "나의 첫 주연 영화다, 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했고,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말의 소통을 넘어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담은 소감을 표했다.
영화 속의 아나 루지에로의 대사는 모두 영어로 이뤄진다. 그런 만큼 배우들도 영어 대사를 상당량 소화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소피의 친구 조로 출연한 문혜인은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눈길을 끈다.
문혜인은 "촬영하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 같더라, 대기하면서도 그랬고 밥 먹으면서도 즐겁게 대화 나눴다"며 "둘이 깔깔 거리며 대화하는 장면도 우리 둘이 한 수다를 애드리브처럼 사용한다든지 그렇게 해서 장면이 잘 완성됐다"고 말했다.
아나 루지에로 역시 문혜인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문혜인과 같이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우리 둘의 합이 정말 잘 맞았고 카메라 앞이라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새벽과 곽민규는 위기에 처한 부부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특히 롱테이크로 찍힌 두 사람의 부부싸움 신은 현실적이라 몰입도가 높았다.
김새벽은 "그 장면이 대사가 반복되는 게 많다, 따지고 따지고 대답하고 같은 말들을 반복하는데, 시나리오 안에서 행동이 다 적혀 있었다"며 "엎드리고, 앞을 보고, 다시 뒤돌고 하는 지문이 다 적혀 있어서 많이 불안했다, 동작이 불안하고 한 테이크로 가고, 마지막까지 불안해서 (곽)민규 배우님이 여러 번 맞춰주시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김새벽은 "신을 시작하니까 내가 이 말들을 정확히 이해 못하고 연습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맞았다, (상대가 대사를 주면)당연히 이 말이 나오고 이 행동이 나오게 되더라, 그 흐름이 굉장히 잘 나올 수밖에 없게 써져 있는데 내가 이해를 못했구나 싶었다"며 "행복한 촬영이었고 민규 배우가 잘 해 주셔서 찍었다"고 밝혔다.
곽민규 역시 "시나리오 안에서 굉장히 장문의 신이고, 긴 장면이었는데 배우로서 긴장이 되기도 했다, 이 장면이 (잘)나와야 할텐데 했다"며 "김새벽 배우가 말씀하신대로 슛이 들어가고 났는데 힘이 있었다, 나와 김새벽 배우의 '케미'도 있고 글 안에서 쓰여있던 것들이 실제로 되니까 자연스럽게 끝까지 갈 수 있었던 힘이 있었다,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장면이다"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저마다 영화의 의미에 대해 강조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새벽은
"예전에 고민에 사로잡혀서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신고 있던 '조리'를 그대로 신고 산에 가서 폭포를 본 적이 있다,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고 나를 먼 시점에서 보니까 하고 있는 이런 고민들이 너무 아무 것도 아니고 나만 혼자 여기 있는 거였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 마음 후련하게 산에서 내려온 적이 있었다"고 경험에 대해 꺼냈다.
그러면서 "이 영화도 과거를 수영이 돌아보면 기억을 정확하게 잘 못 한다, 그런 만큼 힘든 시기도 나중에 보면 작고 귀엽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마음이 답답하거나 그런 상황에 있는 분이 조금 더 귀여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개봉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곽민규는 "연락을 못 하고 지내는 사람들의 안부를 용기내 물어보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상황들 때문에 저희가 미처 바쁘게 살면서 물어보지 못한 안부를 전하는 영화인 게 아닌가 한다,생각나는 사람, 그런 사람들과 함께 영화관에 와서 같이 본다면 혼자 보는 것보다 훨씬 좋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나 루지에로는 "내가 생각하는 '소피의 세계'는 따뜻한 영화고 집과 같은 영화다"라며 "외국인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살면 집이 그리워지는데 집을 떠나 한국에 사는 외국인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좋을 것 같다"며 "추운 날씨에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다, 영화를 보고 따뜻함을 가지고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문혜인 역시 "완성작을 봤을때 특별하게 느껴진 지점이 영화 보고 나서 되게 깨끗하고 개운한 마음이 남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왜 그럴까를 곱씹어 생각했는데 이 안에 깊은 갈등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 그런데 마지막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챙기는 시선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고, 그래서 작은 갈등이 영화 안에서 매듭지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햇다.
이어 "잔잔한 듯 보이지만 그러한 깨끗함과 개운함을 남긴다는 게 뭐랄까 극장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깨끗하고 개운한 뒷맛에 대한 갈증 느끼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고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피의 세계'는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